지난주 원주시와 원주시의회가 기(氣)싸움을 벌였다.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이다. 승자는 없었다. 하지만 양측 모두 상처를 입었다.

이번 기싸움은 시의회가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원주시가 삭감하지 말아줄 것을 간청(?)한 예산을 삭감하면서 시작됐다. 예산 삭감에 기분이 상한 원주시는 시의회가 삭감한 예산을 타 사업에 증액하려는 것을 동의해 주지 않았다. 의회는 예산을 삭감할 수는 있어도 증액하는 것은 집행부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시의회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양대 권력이 기싸움을 벌이는 바람에 양측 모두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에 예산을 투입할 수 없게 됐다.

원칙적인 입장에서 보면 양 기관 모두 잘못한 것이 없다. 법대로 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혜롭지는 못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 근본적인 이유는 자기가 갖고 있는 권한만 소중하고 상대 권한을 인정하는데는 인색하기 때문이다.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일부 예산이 삭감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집행부가 편성한 예산을 그대로 통과시켜 준다면 의회가 있어야할 이유가 없다. 때문에 집행부도 삭감될 것을 감안해 예산을 편성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이 예산만은 꼭 삼감되지 않았으면 했던 예산이 삭감됐기 때문에 감정이 상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 관행화되어 있던 증액요구를 동의해 주지 않은 것은 누가봐도 감정적인 결정이다. 30만 인구를 책임지고 있는 지방권력이 감정적으로 사무를 처리하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잘했다고 할 수 없다.

예산편성권과 심의권을 집행부와 의회가 나눠 갖고 있는 것은 어느 한쪽으로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바람직한 제도다.  때문에 지방자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양 기관이 서로의 권한을 최대한 인정하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이 부분에 있어서는 집행부인 원주시의 역할이 중요하다. 양대 권력이라 하지만 지방자치 역사가 아직은 짧은 우리나라에서는 의회 보다는 집행부가 더 우월적 권한을 행사해 온 게 사실이다.

따라서 예산처럼 의회 심의를 받아야 하는 사안에 있어서는 의회의 권한을 최대한 인정해 힘들더라도 충분히 설득하고 공감대를 이끌어 내려는 진정성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시의회 또한 권한을 행사함에 있어 집행부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토론해 불필요한 감정싸움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양대권력이 불필요한 힘겨루기를 하는 것은 주민들을 무시하는 행위다. 따라서 이번 기싸움이 향후 다른 부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