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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이 없다면 '절대'도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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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6월 02일 (월) |
김용우 원주협동조합운동협의회 지역농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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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누군가 라면을 끓여먹고 스프에 들어있는 0.1g의 미국산 쇠고기 분말로 10년 뒤 광우병이 발병한다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한국정부에 책임을 물을 것인가? 그때 가서 전직 이명박 대통령한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미국 소 사육업자나 수출업자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아니, 광우병 걸린 것이 미국 쇠고기 때문이라는 것도 입증하기 어렵지 않은가?
이것은 생명질서의 위배로부터 시작된다. 인간의 욕망을 위해 채식동물에게 육식을 강요하고 그것도 모자라 생명윤리에 어긋난 발병위험 음식을 인간이 먹도록 강요하는 것은 생명이 가지고 있는 존엄성을 파괴하는 행위이다. 인간이 원하지 않는 것을 무의식 중에 먹도록 하는 것은 소수의 욕망을 위한 기만이자 범죄이다. 고기 자체를 먹을 때는 선택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가공품에 들어간 쇠고기는 어떻게 분별한단 말인가?
단군 이래 처음으로 '먹을거리의 부족'이 아니라 먹을거리 그 자체의 안전성문제로 전 국민이 불안에 떨며 밤에 촛불을 들고 나서고 있다.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간단하다. 국민의 입장에서 '재협상하면 된다'. 그런데 안한다. 국민 대다수가 원하지 않는 일을 행한 권력이 오래 계속된 적은 없다. 저 위에서 일하시는 분들이여! 혹시 '광우병소 수입하고 수출 많이 해서 경제 살리는 일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것'이라는 아전인수식의 생각을 하고 계시다면 이 참에 내려놓을 일이다. 나 같은 국민은 그냥 몸과 맘 편하게 오래 살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 음식 먹을 때 마다 걱정을 가득하면서 먹어야 된다면 그게 사람 사는 세상인가?
사실 음식문제는 쇠고기만이 아니다. 한달에 한 두건씩은 식품사고가 터지는 나라 아닌가? 유전자 변형 옥수수는 어떤가? 탄산음료는 어떤가? 시중에 나가서 과자 한 봉지를 사서 성분표시를 보면 '극약인데 조금씩 먹으면 괜찮다'는 색소를 비롯한 온갖 화학합성물질이 잔뜩 들어있다. 물론 이런 것은 법으로 첨가해도 괜찮다고 되어 있으니까 넣는 것이겠지만 그놈의 법이 야속하기 그지없다.
우리 사회는 그 동안 먹을 것은 최소한의 법적 규정만 지키는 수준에서 허용하고 국토의 이땅저땅을 개발하거나 반도체, 자동차 등 공산품을 수출하여 경제만 성장하면 된다는 논리가 팽배해왔다. 그 결과 건강한 생명 지속의 절대요건인 먹을거리의 심각한 오염과 함께, 삶의 질의 절대적 요건인 자연을 황폐화시켜 왔다. 식량자급율 25%의 나라에서 나머지 식량 75%는 어디서 어떻게 재배·가공되어 우리 몸으로 '수입' 되는지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오래전부터 생명 존재로서의 삶이 경제성장의 온갖 위험으로부터 잠식되어 왔던 것이다.
생명이란 것은 자신의 생명이 위협 받을 때 꿈틀 저항한다. 또한 자신의 주위에서 함께 하는 생명들과 무리지어 상생의 대안을 만들어간다. 이른바 접화군생(接化群生)의 공동체를 지향한다. 몇 주째 계속되고 있는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를 보노라면 생명개체에 내재해 있는 힘과 내재율을 깨치게 된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그리고 무질서 같은데 질서를 유지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히 하지 않는가? 그런데 그것을 두고 배후세력이 있다는 등, 불순한 세력이라는 둥 하는 유치한 짓 좀 안 했음 싶다. 국민이 자기 목소리 내는 게 배후가 있고 불순한 것이라면 그 주인공은 잘못된 쇠고기 수입협상을 한 사람들이 아니겠는가?
민초들이 느끼는 삶의 위기의식은 정부가 이야기하는 '절대 안전하다'' 절대 재협상 할 수 없다' 그리고 '목숨을 걸고 먹으라'는 고시(告示)를 수용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만일'이 없다고 이야기 하지 마시라. '만일'이 없으면 '절대'도 없는 것이다. 고시(告示)는 권력과 생명의 '대화 민주주의'의 죽음이자 생명존재의 절대권력에 대한 '저항과 창조 민주주의'의 시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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