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철 전 원주시장

한상철(68) 전 원주시장은 요즘 어떻게 지낼까? 그는 93년 관선시절 원주시장에 이어 98년 7월부터 2002년 6월까지 민선2기 원주시장을 지냈다. 민선3기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한 이후 6년여의 시간이 흘러 지금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 지난달 30일 오후5시 한 전 시장을 그의 자택에서 만났다.
　이날 그는 봉산동주민센터 3층에 위치한 지방행정동우회에서 오전부터 난을 치며 묵향에 빠졌다가 인터뷰 시간에 맞춰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2002년 선거에서 떨어진 뒤 참 힘들게 살았어요. 공교롭게도 낙선한 뒤 어머니가 2년간 병치레를 심하게 하시다가 2004년 돌아가셨어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1년간은 방황과 좌절의 시간을 보냈어요. 가정형편이 어려워 어렵게 컸고, 성장해서는 남에게 해 안끼치며 정도를 걸어왔다고 자부했는데 선거에서 떨어지고 어머니마저 돌아가시니 참 절망적이었어요. 나이가 있다보니 대학교수 자리도 안나더라고요. 한동안은 고스톱에 빠져 지냈는데 고스톱이란 게 돈을 따는 날보다 잃는 날이 많고, 그래서 사람이 추해지고 그러데요.
　그런데 2005년 우연한 기회에 원주향교 한문반엘 들어가게 됐어요. 거기서 논어를 접하면서 새로운 세상에 눈떴습니다. 논어는 훌륭한 지도자가 되기 위한 덕목을 가르칩니다. 훌륭한 지도자란 덕이 있어야 하는데 그래야 덕치를 하고 덕정을 할 수 있어요. 논어를 쓴 공자를 알아가면서 여태까지 내가 헛살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실용주의를 표방하는데 실용도 좋지만 가치가 부여되는 실용이어야 한다고 봐요.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국가의 정의가 바로서야 해요. 정의를 바로 세우는 지도자를 만드는 방법이 논어에 담겨 있어요. (한 전 시장은 2006년 7월 1일부터 논어를 자기 나름대로 해석한 글을 써오고 있다. 자필로 현재 A4지 500여 페이지 분량을 작성했으며 이달 말경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책을 내기 위해 한 전 시장은 원주시시민정보화교육장에서 워드프로세서를 배웠다.)

　하루 일과는 어떻게 보내십니까?
　매일 새벽5시에 일어나 종합운동장에서 5km 정도를 뜁니다. 조깅은 71년 시작해 38년째 거의 거르지 않고 해요. 토요일에는 국선도도 하구요. 월요일과 목요일은 오전10시부터 2시간동안 맹자를 배우고, 화요일 오후7시부터는 상지대에서 이 학교의 이상은 박사에게 주역을 배웁니다. 작년에 시작해 1년반 정도 됐는데 같이 배우는 사람이 20명 정도 돼요. 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부의장을 맡아 도내 시군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기도 하고, 지방행정동우회에서 수묵화를 그리거나 골프를 치면서 시간을 보내요.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아내(박혜자 여사(65))가 서울에 있는 딸네 집에 가서 손녀를 봐 주느라 혼자 지내는데 그럴 때는 집식구가 해놓고 간 밥을 찾아 먹거나 사먹습니다. 그래도 늘 활기차게 생활하고, 몸이 건강하니 즐거워요. 슬하에 딸만 넷을 뒀는데 셋째만 시집가고 나머지는 시집을 안가 걱정이라면 그게 걱정이예요.
　
　앞으로의 계획은?
　공자의 가르침대로 훌륭한 지도자가 되는 거예요. 훌륭한 지도자란 비단 높은 위치에서 호령하는 사람만을 지칭하지는 않아요. 지위고하를 떠나 덕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훌륭한 지도자입니다. 여건이 주어진다면, 혹은 여건이 주어지지 않더라도 여건을 만들어 훌륭한 지도자가 되고자 해요.
　
　한상철 전 시장
　횡성 출신으로 지금은 폐교된 횡성군 공근면 가곡초교를 나왔으며, 고등공민학교를 3개월간 다니다 학교가 문닫아 횡성중에 입학했으며, 원주로 이사하면서 원주중, 원주고를 나왔고 고려대를 졸업했다.
　군에서 제대 후 대성고와 진광고에서 영어교사를 하다 1970년 서울대 행정대학원에 입학했으며, 1971년 행정고시(10회)에 합격해 관료의 길을 걷게 된다. 노동청, 상공부에 이어 내무부로 발령받아 관선시절 원주시장, 속초시장을 지냈고, 98년 민선2기 선거 때 자민련 공천을 받아 출마해 당선되며 민선시장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