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지대 김성훈 총장. 인터뷰를 한사코 거절해 자료사진으로 게재.

	▲ 키릴 이바노비치 슈베코, '캄차카의 폭풍이 몰려오는 바다', 49㎝×33㎝, 1989.

 20년간 수집한 러시아 공훈화가 키릴 이바노비치 슈베코 작품 18점 9~16일 학술정보원에서 전시

 “부지불식간에 행했을지 모르는 잘못에 대한 미안함과 아쉬운 마음으로…"

　상지대 김성훈 총장이 총액 30억원대에 이르는 러시아 작가의 그림을 상지대에 기증해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김 총장은 상지대에 취임 후 해마다 자신의 급여 중 50% 이상을 남몰래 각종 시민단체와 복지시설에 기부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김 총장은 그동안 개인적으로 수집한 '키릴 이바노비치 슈베코(Kirill Ivanovich Shebeko·1920~2004)'의 그림 18점을 개교 53주년과 대학 본관 신축을 기념해 오는 9일 상지대에 기증하기로 했다. 슈베코는 지난 2004년 타계한 러시아(구 소련) 공훈화가로, 이전 서방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캄차카 반도의 자연생태계를 화폭에 담아 전파해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김 총장은 한국과 구 소련이 수교를 맺기 이전인 지난 1989년, 발해유적과 독립운동 발자취 탐방차 블라디보스톡을 찾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슈베코의 작품을 접하고, 그 작품에 매료돼 해마다 한 두점씩 그의 작품을 수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슈베코와도 수차례 만남을 통해 교류를 가졌으며 직접 3점의 소품을 선물받기도 했다. 
　유명 화가의 작품 가치를 금액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슈베코의 작품은 국제 미술시장에서 호당 한화 1천500만원을 상회하는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김 총장이 상지대에 기증하는 작품 18점을 현 시세로 계산할 경우 물경 30억원 이상의 가치가 될 것으로 상지대측은 파악하고 있다. 
　상지대는 오는 9일 오후2시 기증식을 갖고 이날부터 13일까지 학술정보원 2층 전시실에서 '캄차카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바노비치 슈베코 유화 작품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는 정숙자 상지대 예체대 학장은 "전시회 후에는 내년에 완공되는 신축 본관에 그림을 전시할 예정"이라며 "작품 하나 하나가 모두 훌륭하지만 외국 유명작가의 작품 십수점을 그 나라에 직접 가지 않고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학생들에게나 전공자들에게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바쁜 일정을 이유로 극구 인터뷰를 사양한 김 총장은 전시회 팜플릿에 담은 글에서 목민심서를 인용해 "다산선생은 머물던 자리에 향기일랑 남기지 못할 지언정 구린내를 남겨서는 안된다고 후학들을 깨우치셨다"며 "상지대에 온지 3년 반 동안 부지불식간에 행했을지 모르는 잘못에 대한 미안함과 아쉬운 마음으로 20년간 소장한 그림을 기증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총장의 기부나 기증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목포 자연사박물관에 하와이 유학시절부터 수집한 희귀성 조개류 1만여점을 기증했고 중앙대 안양캠퍼스 부총장 시절에는 선대 때부터 소장해 오던 허소치 일가와 심향의 그림 등 36점을 대학박물관에 기증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농림부 장관 시절 수원 농림공무원 중앙연수원에 서화 30여점을 기증했을뿐 아니라 캐나다 밴쿠버의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UBC)에 한국관련 서적 600여권, 홍성 풀무원 연수원에 농업관련 서적 1천200여권을 기증한 바 있다. 선행은 상지대 총장 취임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한승엽 상지대 입학홍보처장은 "총장님은 지난 2005년 취임 후 매년 급여의 50% 이상을 각종 기부금으로 희사하는 등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생활속에서 실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수첩에 늘 일정이 빽빽하게 적혀있을 정도로 와 달라는 곳, 글 써달라는 곳이 많기로 유명하다. 시민단체 일이나 농민단체의 지방 초청강연은 아무리 바빠도 사양할 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기회를 통해 받게되는 강연료와 원고료는 모두 시민단체 회비나 기부금으로 쓴다는 게 주위 사람들의 설명이다.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 Oblige: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