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원주문인들은 충남 보령으로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특별히 보령을 택한 이유는 육필시비공원을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보령에서만 생산되는 오석을 주재료로 세계 유명 조각가들이 한국의 육필 시, 한 시, 문학비 등을 예술적 작품으로 승화 시켜 만들어 둔 곳이다. 5만여평의 부지에 자리한 개화예술공원 내에 있는 육필시비공원에는 현재 육필문학비 150여기, 일반 글씨로 새겨 놓은 문학비를 포함해 300여기가 있다. 시비를 찾아 연간 270만명에 달하는 관광객과 문학 기행 손님들이 다녀가고 있다고 한다.

원주의 문인 중에는 박경리 선생의 '토지서문'을 비롯해 임교순 선생의 '방울꽃', 류각현 선생의 '적악 단풍 붉어라' 시비가 있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작고 문인들의 시비는 대부분 세워졌으며 현존하는 시인들의 작품도 100여기에 이른다. 앞으로도 매년 30~40기씩을 세워 나갈 예정으로 있다.

현재 원주에는 치악예술관 앞에 정철 시비, 원호 선생의 시비, 운곡 원천석 선생의 시비가 세워져 있으며, 남원주 중학교 맞은편에 시비공원이 있지만 이를 아는 이는 거의 없다. 그곳에 있는 시 또한 원주지역 작가들의 시가 아니다.

원주에 그 많은 공원들 중 '그래도 시비 공원이 있다'고 만족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 위치나 작품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세워져 시를 읽는 시민이 없는 것 또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원주에도 운곡 원천석, 손곡 이달, 박경리 선생, 초등학교 동요로 불리고 있는 '방울꽃'의 저자 임교순 선생 등이 있으며 현재 문인으로 활동하는 시인들도 50여명이 넘는다.

원주에는 크고 작은 공원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 중 한 곳이라도 시비공원으로 만들어지면 어떻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특히 어린이공원에는 어린이들이 많이 찾을 것이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동요로 배운 방울꽃의 저자가 원주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면 얼마나 자랑스러워 할까? 부모와 함께 찾은 어린이공원에서 그 시를 만나게 된다면 이 또한 정신적 영양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산새들 몰래 몰래 꺾어 갈래도 쪼로롱 소리 날까 그냥 갑니다'를 읽으며 아이들은 꽃의 소중함을 깨닫고 꽃을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렇듯 시 한 줄은 무뎌지고 메마른 우리의 감성에 촉촉한 단비를 선물할 것이다. 요즈음처럼 복잡하고 여유가 없는 세상에서 청량한 시 한 편은 우리 모두에게 비타민이 될 것이다.

원주에도 개화예술공원처럼 미술관과 음악당, 육필 시 공원 등을 갖춘 공원이 있어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과 기획전을 보고, 문화 충전의 기회를 얻고, 아이들에게는 문화예술 체험 학습장이 되는 그 날을 꿈꾸어 본다.

권순형 원주시의원. 원주문협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