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에는 수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있다. 정부 및 지방정부 활동을 감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민단체들이 있고, 관변단체처럼 지방정부가 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행정을 보조하거나 보완적 역할을 담당하는 단체들도 있다. 또한 두가지 성격의 중간형태를 띠고 있는 단체도 있다.

이 단체들 대부분은 이런저런 명목으로 정부나 지방정부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지원액은 연간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일부는 1억원이 넘는 예산을 지원받는 단체도 있다. 이들 단체에 국민의 세금을 지원하는 것은 공익적인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원주시가 시민사회단체에 지원하는 보조금 규모는 연간 150억원이 넘는다. 강원도나 정부에서 지원하는 것까지 합친다면 엄청난 규모다. 이렇게 지원되는 보조금은 특정 사업이나 행사비로 사용되거나 단체 운영비로 쓴다.

그런데 이 보조금을 두고 말들이 많다. 당초 지원목적과 맞지 않는 곳에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말이 안되는 얘기지만 오랫동안 관행처럼 반복돼온 일이다. 오죽하면 보조금은 눈먼 돈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이 말은 갖는 사람이 임자라는 뜻이다.

보조금이 눈먼 돈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예산을 지원만 했지 사용한 실적에 대한 철저한 감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청한 내용과는 다르게 집행하고 가짜 영수증을 첨부해 제대로 집행한 것처럼 정산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단체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일 정도다. 그러나 편법으로 사용한 보조금이 모두 개인적으로 유용된 것은 아니다. 대다수는 단체운영비나 당초 예상하지 못했던 지출에 전용한 것이다. 때문에 단체관계자들도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자위해 왔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더라도 편법으로 지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들이 시민사회단체이기 때문이다. 거꾸로 원주시나 정부가 예산을 제멋대로 전용해 사용하고 어쩔 수 없었다고 하면 눈감아 줄 것이냐를 반문해 본다면 대답은 분명해진다.

이러한 관행을 없애기 위해서는 보조금 지원에 따른 철저한 사후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집행내역 정산시 예외를 두어서도 안된다. 또한 편법적으로 지출한 것이 확인된 단체에 대해서는 반드시 강도높은 제재를 가해야 한다. 시민들을 정산내역 확인 과정에 참여시키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담당공무원이 편법의혹이 있는 정산내역을 강도높게 따지기는 역학관계상 쉽지않기 때문이다.

보조금 지원 및 관리에 투명성을 높이는 것은 시민사회단체를 시민들로부터 떳떳해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왕이면 강도 높은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 특히 관변단체에 대해서는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자발적으로 만든 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부패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