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코스는 심향영육아원 앞에서부터 출발한다. 밖에서 본 심향육아원 건물은 깨끗하고 단아했다. 1953년 전쟁고아 240명을 수용하면서 시작했다니 50년이 넘는 세월이다. 현재 이 곳에는 영아 12명, 육아 62명이 생활하고 있다.

심향영육아원 앞길에서부터 섬강 줄기를 따라 걷는 이 길은 비포장 길이지만 차 한 대 거뜬히 다닐 정도로 넓고 잘 닦여져 있다. 왼편으로 뽕나무가 아직 어린 오디를 매달고 푸르게 흔들리고 있다. 오른편으로는 간간이 마른 억새가 살랑인다. 키 작은 이름 모를 풀들이 자라 섬강과의 거리를 적당하게 유지시켜 준다. 강바람이 얼굴을 만지며 지나간다. 날이 따뜻해서인지 텐트를 치고 야영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섬강은 두꺼비 섬(蟾)자를 쓴다. 이 강 하류에 있는 간현유원지 부근에 두꺼비 모양을 한 바위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기암괴석이 많고 물이 맑아 원주시민뿐만 아니라 외지에서도 많이 놀러 오는 원주를 대표하는 관광지다.

이십분 정도 걸으니 왼편으로 소나무 숲이다. 섬강가를 따라 도는 산굽이를 배람발(모롱이)이라고 한다는데 산속에 빼꼼히 숨어있는 인삼밭을 지나 쭉 걷다 보면 길이 끝나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모래사장을 밟을 수 있다. 아마 여기까지를 배람발이라고 부르지 않나 싶다. 강물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햇살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이며 유유히 흘러 따뜻할 거라 생각했는데, 물에 손을 담가보니 아직은 차갑다.

물을 떠서 물에 다시 뿌려주고 뒤돌아 걷는다. 길 양 옆으로 자작나무가 흰 껍질을 햇볕에 쪼이고 있다. 휴일 대낮인데도 인적이라곤 없는 길이다. 애인과 같이 걷기엔 그만이겠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생각하고 있는데 눈앞이 훤하다. 숲길이 끝나고 세 갈래 길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마을로 가는 길이고, 가운데 길은 강가로 가는 길임을 금방 알 수 있다.

왼쪽으로 걸어올라 간다. 5분쯤 걸으니 오른쪽에 초등학교 3학년 짜리만한 곰돌이 인형이 이정표처럼 앉아 있다. 일부러 누가 가져다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버리다보니 그 자리에 있게된 것 같기도 한,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곰돌이 사진을 찍는데 풀 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난다. 뭘까 싶어 소리 나는 쪽으로 걸어가니 갑자기 고요해진다. 어린 짐승 눈치가 보통이 아닌 모양이다.

'여기는 원주시 상수원보호구역입니다'는 팻말이 있는 곳까지 오면 2/3쯤 걷기를 마쳤다고 생각하면 된다. 탁 트인 강의 절경에 마음마저 관대해진다. 여기서 마음껏 강의 기운을 마시고 가자. 심향영육아원까지는 마을을 통과하는 길이다.

고추를 심고 있던 부부가 뭐하는 사람이냐고 묻는다. 지도를 쳐다보며 연신 노트에 무언가를 적고 있는 모습이 낯설었나보다. 마을 이름을 물으니 잿말이라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개 밑에 마을이 있어서라는 설도 있고, 사방이 고개로 막혀 있어서 잿말이라는 설도 있단다.

정말 고개가 많다. 반송고개, 삼상고개, 붉은덕고개, 서낭당고개, 쇠절이고개, 장도리고개. 고개를 넘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는 갈 수 없을 것 같다. 이 마을은 조선 말엽부터 지금까지 백여 년 동안 영월신씨 판서공파가 모여 산다고 한다. 잿말에서 심향영육아원까지는 지척간이다. 중간에 길이 있는데 원주 이씨 집성촌인 한터로 가는 길이다. 반송고개를 넘는다. 빨간색 지붕의 교회와 인삼밭이 인상적인데, 그 길로 쭉 따라 가면 상수원보호구역까지 가게 되어있다. 

인삼밭에 들렀다. 삼십대 후반에서 사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인삼밭에서 일을 하고 있다. 지금은 2년 정도 됐는데, 5년에서 6년 정도 되면 캐서 판다고 한다. 인삼은 점질이 많은 토양이나 황토에서 재배된 것이 단단하고 향기가 많아 품질이 우수하다는데, 이곳은 황토임이 분명해 보였다. 인삼을 재배하는 곳이 여러 군데 있었다.

차량답사를 하다가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논둑에 차바퀴가 빠져 곤욕을 치렀다. 마침 농사일 나왔던 동네 주민 김선호씨가 기꺼이 도와주셔서 무사히 빠져 나왔다. 두고두고 그 고마움 못 잊을 것 같다.

   ☞이 코스는 화장실이 한군데도 없다. 빨리 걸으면 한 시간 정도 걸리지만 미리 해결해야 한다.
　☞차를 가지고 갈 경우 주차장이 없어 세워둘 곳이 마땅치 않다. (심향영육아원(731-2447)에서 자원봉사를 한 후 걷기 스케줄을 짜면 어떨까
　☞상수원보호구역을 돌기 때문에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쓰레기를 주워담을 비닐봉지 하나쯤 들고 가는 것도 좋을듯 하다. 물 챙기는 것은 기본.
　☞관설동에서 출발하는 73번 버스가 대덕  1리 2회, 대덕 2리 3회 운행한다.

고민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