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선운사에서 직송한 장어사용

　구곡택지 소방서 뒷편에서 청구아파트로 향하는 길목. 각 골목마다 원주에서도 내로라하는 음식점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도 유행과 바람에 따라 수많은 음식점들이 간판을 올리고 내리기를 반복했지만 그 안에서 자리를 진득하게 지켜가는 맛집들이 있다. 서원주초교 후문 쪽으로 서강염소탕을 끼고 좌회전 하면 골목 안 좌측에 위치한 풍천장어구이(대표: 김재숙)도 그런 집 중 하나다. 10여년간 같은 자리에서 한결같은 맛과 변함없는 가격으로 유명세를 얻고 있다.
10년간 인근에 장어구이를 내세운 음식점만 세곳이 있었지만 모두 문을 닫고 지금은 풍천장어구이 하나만 남았다. 김재숙(46) 대표는 그 비결로 '신뢰'를 꼽는다.
　"이윤이 남지 않아도 고창 선운사에서 직송한 국산 장어만 쓰고, 아무리 채소값이 올라도 상에 올리던 깻잎 초절임을 빼지 못해요. 우리집에 오는 손님과의 약속인데 그걸 지키지 않으면 안돼죠." 여동생 내외가 운영한 2년과 김 대표가 인수해 끌고 온 7년. 도합 10여년 가까운 세월동안 '눈 앞의 이익을 위해 값싼 재료를 쓰거나 양을 속인적이 없다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란다. 그러고 보니 지난 2002년 원주YWCA가 선정한 친환경 업소로 선정된 이유가 있었다.
그래도 맛을 내기위한 특별한 노하우는 있기 마련. 힘 좋은 장어를 손질하기 위해 대부분 전기충격을 가하지만 김 대표는 산장어를 그대로 손질한다. 전기쇼크를 받은 장어에 비해 육질이 살아있어 씹는 맛이 훨씬 좋기에 지키고 있는 방법이다. 
초벌구이만을 하거나 아예 직접 손님상 숯불위에서 굽도록하는 요즘 추세도 김 대표의 성에는 차질 않는다. 제대로 굽는 것도 장어의 맛을 지키는 방법이란다. 숯불을 사용하면 더 좋겠지만 질좋은 숯을 사용할 수 없다면 오히려 장어의 맛만 떨어지기에 주방에서 완전히 구워 손님상에 올린다. 장어를 손질하고 굽는 주방 후원을 늘 오픈해두는 것도 이런 정직함과 자신감에 기인한다.
　그래서인지 소금·간장·양념구이 세종류 모두 민물장어 특유의 흙냄새가 나지 않고, 장어 고유의 부드럽고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양념 구이는 매콤하면서도 뒷맛이 약간 달착지근한 편이다. 함께 내온 무·깻잎·양파 절임과 함께 하면 느끼함이 없다.
　특히, 은은한 한약향이 밴 특제소스는 이집만의 자랑이다. 보기에는 일반 간장소스 같지만 3일간 세번의 과정을 거쳐야만 완성된다. 장어뼈를 열두시간 이상 다려 육수를 뽑고, 체에 거른 후 각종 채소와 과일 등 다시 20여가지의 재료를 넣고 하루를 꼬박 끓인다. 이후 다시 체에 걸러 또 한번 끓인다니 그 정성이 놀라울 뿐이다. 완성된 소스는 간장구이를 구울 때 사용하거나 완성된 장어구이를 찍어 먹기도 하는 데, 주재료 고유의 맛을 살리면서도 감칠 맛을 더한다. 찬으로 내는 장어뼈 튀김과 장떡, 번데기·땅콩조림 등도 간소하지만 한결같이 맛깔스럽다. 서비스로 제공되는 장어쓸개주까지 한잔 곁들이면 세상 부러울게 없다. 4마리 4만원.
　양념구이 1마리와 된장찌개를 곁들인 장어정식(1만3천원)과 장어탕(5천원)도 있어 동행이 없거나 점심시간에도 부담없이 장어를 맛볼 수 있다. 60석 좌석에 별도의 주차장은 없지만 학원가들이 문을 닫는 저녁시간이면 주변 주차공간은 여유있는 편. 추석과 설 등 명절을 제외하고 오전11시부터 밤12시까지 영업한다. 너무 먼 거리만 아니면 포장배달도 가능하다. ▷문의: 764-5277(풍천장어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