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다 하는 건데…" 축하인사에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처음엔 상도 받지 않으려 했다.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질 같아 부담이 된다고.

일산동에 거주하는 주부 박선기(61) 씨는 소문난 효부다. 그리 넉넉지 않은 살림에도 중풍과 치매를 앓고 있는 시어머니(이봉예·82)를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착한 며느리다.

23살의 꽃다운 나이에 박 씨는 6남매의 맏아들인 신성인(61·일산동 3통장) 씨와 결혼했다. 23살 동갑내기와 신혼의 단꿈을 꿀 새도 없었던 건 39세에 홀로 되신 시어머니에게 미안한 마음에서다.
　

그러던 중 남편이 44세 되던 해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졌다. 없는 살림에 남편의 직장생활로 생계를 이어가던 중 희망이라곤 없었다. 박 씨는 "남편을 살릴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의지로 버텼다.
　

그러나 5년 후 이번에는 시어머니가 중풍으로 앓아 누웠다. 박 씨는 "당시를 설명하자면 책으로 써도 다 모자란다"며 "하루에도 열두 번씩 대소변을 받아내고, 목욕 시키는 막막한 상황에서도 너스레를 떨며 말동무가 돼드려야 했다"고 회고한다.
　

남편은 남편대로 건강관리에 신경을 기울여야 했다. 매일 생즙을 갈아 마시게 했고, 식단 하나하나에 신경을 기울였다. "그 누구보다 남편이 가장 힘들었죠. 우리 가정을 위해 병마와 싸우고 건강하게 일어서 준 것만 해도 너무 고마워요"라고 박 씨는 말했다. 부부는 닮는다고 했던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한 착한 며느리 못지않게 신 씨 또한 소문난 효자다.
　

예순이 넘어서도 어머니 앞에서는 싱거운 우스개 소리를 잘도 늘어놓는 어린 아들이며, 먹을 것이 있으면 벼락같이 어머니부터 챙기는 착한 아들이다. "항상 어머니를 보면 안타깝다고 말해요. 젊은 나이에 혼자 되셔서 6남매를 키워내셨으니까요. 그래서 당신한테는 미안한 말이지만 사시는 동안 만큼은 우리가 최선을 다해 모시자고 말하죠. 그런 남편의 착한 마음씨가 힘든 순간에 닥칠 때마다 든든한 버팀목이 돼요"
　

치매까지 온 시어머니를 모시면서 어제만 해도 대변을 3번이나 받아냈다. 자신 역시 점점 나이가 들수록 힘들어질 텐데도 "더 잘해 드려야 하는데 죄송하다"는 박 씨.
　

그녀는 "동서들을 비롯해 시댁식구들의 도움이 컸다"며 한사코 수상의 영광을 그들에게 돌렸다. 박 씨는 시댁식구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워낙 화합이 잘되고 서로를 위할 줄 알아 주위로부터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명절 때면 시누이들이 시아주버님들께 절을 할 정도로 공경과 우애가 깊다.
　

딸 셋은 어릴 적부터 '효'를 보고 자라 심성이 착하고 어른을 공경할 줄 안다. 특히 박 씨의 성격을 꼭 빼닮았다는 첫째 딸은 17살에 맏아들에게 시집가 11년째 시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딸들은 어릴 때부터 할머니와 같이 살아서 어른을 모시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고되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 효도를 가르칠 필요가 없는 딸들이 있어 노후가 든든하죠" 박 씨는 환한 미소를 보였다.
　

보건복지가족부는 8일 36회 어버이날을 맞아 박 씨를 효행자로 선정하고 장관표창을 수여했다.

 김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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