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선생의 장례식이 마무리되면서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 했던 사람들도 일상으로 돌아갔다.
　이제는 박경리 선생을 기념하는 사업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할 시점이다. 통영시는 선생의 고향이자 유해가 묻혀있는 곳이라는 점을 최대한 활용해 박경리문학관 건립 등 선양사업을 발빠르게 전개하고 있다.물론 원주시도 토지자료관 건립 등 한국의 대문호 박경리 선생을 기리는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지역을 빛낸 인물을 선양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들을 통해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되는 것은 물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큰 교훈이 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 이후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지역인물 선양사업을 앞다퉈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선양하는 인물 대부분이 고려시대나 조선시대 등 까마득히 먼 옛날에 전설처럼 전해져 오는 인물들로 국한돼 있다는 것이다. 원주시 홈페이지 향토인물에 접속해 보면 원공국사, 김제갑, 인현왕후 등 6명이 소개돼 있다. 하지만 정부수립이후 근·현대에 활동했던 인물들은 전혀 없다.
　근·현대 원주출신 인물 중 향토인물로 내세울만한 인물이 없기 때문일까? 아마도 근·현대 인물에 대한 평가가 쉽지 않고 공연히 선양한다고 나섰다가 논란이 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완벽하진 않다. 때문에 많은 사람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사람이라도 흠은 있다. 따라서 향토인물을 선정하는데 완벽함을 전제로 한다면 향토인물의 반열에 오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현재 향토인물로 선양되고 있는 인물들도 기록이 없을 뿐이지 흠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1994년 사망한 무위당 장일순 선생은 생명운동가로서 많은 사람들의 추앙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를 기리는 사람들의 모임도 있다. 2002년 사망한 문창모 박사도 평범했던 인물은 아니다. 사망당시 모든 언론이 한국의 슈바이처라며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3월 세상을 떠난 김충렬 박사도 동양철학 분야에선 대가의 반열에 올라있던 인물이다. 한시대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였던 박경리 선생도 원주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원주가 기려야할 인물이다.
　이렇듯 나름대로는 한 분야에서 입지전적 위치에 있었던 사람들을 그대로 묻어 두는 것은 어느모로 보나 손해다. 거창하게 선양이라는 단어까지 쓰지는 않더라도 그들에 대한 정확한 기록과 자료, 유품 등에 대해서는 자치단체 차원에서 관리되고 정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녀교육을 위해서도 그렇고 지역에 대한 자긍심 차원에서도 필요한 일이다.
　이런 일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엔 시립박물관이 적격이다. 관리해야할 인물을 선정하는 기준에도 굳이 인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일단은 폭넓게 관리하는 게 좋다. 역사적 인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빛이 나게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