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진료비 급증이 심상치 않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원주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는 567억원이었다.
2003년 273억원, 2004년 317억원, 2005년 388억원, 2006년 480억원 등 갈수록 큰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 추세라면 올해 6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원주지역 노인들이 진료를 받은 건수는 입원진료 1만3천694건, 외래진료 67만4천105건나 약국진료 47만69건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진료비는 외래 178억원, 약국 164억원, 입원 223억원으로 입원에 의한 진료비가 가장 많았다.
이로인해 2003년 201억원이었던 건강보험공단 부담액도 235억원, 290억원, 363억원, 작년 428억원씩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또한 보험공단 부담액의 1/3 수준인 본인부담금도 매년 늘어나 지난해 133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노인진료비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노인인구 증가에 따른 것으로 원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원주의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005년 2만7천768명, 2006년 2만9천415명, 2007년 3만942명으로 해마다 1천500여명씩 늘고 있으며, 전체 인구의 10.3%를 차지하고 있다.

만성질환에 따른 약 남용 심각한 수준
노인들은 대부분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이 신경정신과 이규남 원장에 따르면 노인들은 평균 2개 이상의 질환을 갖고 있어 병원진료 횟수가 젊은사람들보다 많다. 그렇다보니 매일 6~7개의 약을 달고 사는 노인들도 많다.
이에 대해 대한노인회 원주시지회 이윤희 관리부장은 "노인들은 자신의 체질에 적합한지를 따져보지도 않고 약을 남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노인들이 약을 남용하는 이유는 약에 대한 맹신이 가장 큰 이유. 의사가 처방한 병원약과 민간에서 떠도는 약을 혼용하는가 하면 동시에 2~3군데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 약을 구입해 혼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국가는 물론 개인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험재정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각 개인의 의료비 부담도 증가하기 때문. 게다가 진료비 증가가 노인건강 증진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노인요양병원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2차 진료기관인데다 입원위주로 치료가 진행되다보니 만성장기환자에 대한 관리는 취약해 근본적인 진료비 절감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지적이다. 노인요양병원은 일반병원에 비해 저렴한 수가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외래진료비 증가로 인해 총 진료비 절감에는 사실상 실패했다.
더욱이 일부 노인요양병원은 일반병원과 진료비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등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 노인질환 전문의는 "일부 요양병원은 식대를 제외하고 월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150만원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일반병원은 6인 1실, 8인 1실을 지향하는 데 비해 요양병원은 4인 1실로 구성돼 있는 등 저렴한 진료비라는 당초 취지와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인질환 전문의 배치 체계적 관리 필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1차진료기관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노인질환 전문의는 "노인질환은 질환의 심각성에 비해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한번 진료를 받더라도 고가의 진료비가 필요하다"며 "노인진료비를 줄이는 것은 노인질환에 대한 체계적 관리와 예방활동 강화가 훨씬 실효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1차진료기관이 대학병원 등과 연계해 중증질환 진료에 필요한 고가장비를 공유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1차진료기관이나 보건소 건강증진실에 노인질환을 전담하는 전문의나 상담사를 배치해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노인종합복지관 회원인 김모 씨는 "우선은 병원부터 가고보자는 노인들의 잘못된 생각을 불식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전제하고 "자치단체가 노인질환 예방과 체계적인 건강관리를 위한 시스템을 갖춘다면 노인들의 진료비 부담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원주시보건소 관계자는 "보건소에서도 노인건강관리를 위해 경로당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등 찾아가는 의료서비스를 펼치고 있으나 노인질환 전문의를 보건소에 배치하는 것은 현재로선 무리"고 말했다.
하지만 원주노인들이 연간 130억원이 넘는 진료비를 부담하고 있고 노인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노인진료비 절감을 위한 자치단체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는 의견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