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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선생이 묻혀야할 곳은 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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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선생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매일밤 토지문학공원에 모여 쾌유를 비는 모임을 갖고 있지만 병세가 호전됐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아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혼수상태에 빠진지 열흘이 지나도 차도를 보이지 않자 지근거리에서 선생을 모시던 인사들 사이에서는 조심스럽게 장례문제 등을 의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측근들 사이에서 흘러나온 얘기들을 종합해 보면 선생의 장례는 현재 입원해 있는 병원에서 문인장으로 거행하고 선생이 토지를 집필했던 토지문학공원 옛집에서 노제를 지낸뒤 토지문화관엘 들렀다가 장지인 통영으로 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타까운 것은 선생이 원주에서 30여년을 살았고 원주를 대표하는 인물임에도 원주인사들은 이러한 논의에서 배제되어 있다는 것이다. 현재 선생과 관련된 문제는 선생의 딸인 김영주 토지문화관 관장이 일임한 토지문화관 관계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장지를 통영으로 하려는 것이다. 장지가 통영으로 거론되는 이유는 선생께서 지난해 통영을 방문했을 당시 통영시장과 딸이 함께한 자리에서 그곳에 묻히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원주 입장에서 보면 선생이 통영에 묻히는 데 대해 선뜻 동의할 수 없다. 장지 문제는 가족에게 절대적인 결정권이 있지만 선생은 이미 한 가족의 일원을 넘어 한국문단을 대표하는 대작가이다. 따라서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한국문학 발전이라는 측면이 고려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통영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단구동 옛집에 살때 가깝게 지냈던 지인에게 세차례에 걸쳐 토지문화관 뒷산, 특정한 곳을 지정해 여기에 묻히고 싶다는 말을 한 점도 고려돼야 한다.
선생이 혼수상태에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문제를 놓고 왈가불가하는 것이 예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문학과 한국문학을 사랑했던 선생의 뜻을 생각하면 구경만하고 있을 일은 아니다. 그동안 많은 문인들이 원주를 찾아온 것은 선생이 토지를 썼던 곳에서 그의 작가정신과 숨결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선생의 사후에도 문인들의 발길은 계속될 것이다. 또한 토지문화관은 선생께서 한국문학 발전을 위해 전재산을 털어 건립한 것이다. 따라서 선생의 정신과 숨결이 곳곳에 배어있는 원주에 묻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태어난 곳이 통영이고 묘소가 통영에 있다고 해서 통영이 한국문학의 산실이 될 수는 없다.
참으로 거론하기에 민망한 얘기지만 그렇다고 구경만할 일은 아니다. 지역사회 인사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행보를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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