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코스는 친한 사람 몇명과 함께 걸었다. 코스답사차 들렀을때 본 과수원 길이 너무 좋아 혼자 느끼기엔 치악산 자연휴양림 코스에서 느낀 외로움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길을 잘못 들어 시간이 지체되면서 준비해 온 도시락을 중간에 까먹는 바람에 소풍놀이가 되고 말았다.
　잘못 들어선 길은 안으로 들어갈수록 인적이 드물었던 탓인지 양지꽃, 둥글레, 야생 복숭아 등 '안다 박사'도 이름을 알 수 없을 것 같은 식물들이 많았다. 우리 일행의 요란한 웃음소리가 고요했던 자연을 놀라게 했을까. 눈앞에서 노루 한 마리가 후다닥 달아났다. 아니 이런 도심 속 야산에 노루가. 우리 일행은 예상치 못한 동물의 출현에 놀라기도 했지만 도심속에서 야생노루를 봤다는 신선한 충격에 기분이 들떠 있었다. 일행 중에는 고라니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논란끝에 노루로 정리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정확한 결론은 후에 이 코스를 걷게될 전문가에게 맡기기로 한다.
　일행과 헤어져 본격적인 걷기에 나섰다. 보다 안전한 길을 찾기 위해 지도를 들고 반대편인 삼육중고교를 지나 고려목재상사에서부터 걷기 시작했다. 포장이 잘 되어 있는 시골 길을 지나 중앙고속도로 밑을 통과하자 '박창근 씨의 과수원'과 갈림길이 나온다. 길에서 만난 한 할아버지가 과수원 길도 남송으로 갈 수 있지만 지금은 잘 다니지 않는다며 왼쪽 길로 가라고 일러줬다.
　포장되지 않은 왼쪽 길로 접어들자 손으로 쓴 '감자 동아리 농장'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북원여고 감자 동아리 학생들이 가꾸는 농장이다. 동네 주민인 이재익(56) 씨에 따르면 이 농장은 땅주인이 무상으로 임대해 준데다 감자농사는 푸른꽃화원 박진국 씨가 10년째 지도해 주고 있다며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칭찬했다. 또한 거친 일이라곤 해본적이 없을 여고생들이 정성을 다해 가꾼뒤 수확한 감자는 독거노인들과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고 있다며 기특하다고 말했다. 이 씨의 비닐하우스 옆 길로 들어서면서부터 복사꽃과 배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왼쪽으론 분홍색으로 뒤덮힌 복숭아 과수원이, 오른쪽엔 하얀 배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마치 무릉도원을 걷는 기분이다.
　동네사람들은 오래지않아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며 불안해 했다. 아홉 가구가 과수 농사를 짓고 있는데, 이 일대가 아파트단지로 개발된다는 것이다. 오른쪽 길로 접어들면 이 곳에서 30년째 살고 있다는 황원경(67) 씨 댁이 나온다. 아담한 2층짜리 단독주택인데 황 씨 부부와 딸이 살고 있다. 주변 다른 집들과 뚝 떨어져 있어 외롭기도 하고 무섭기도 할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한다. 달래를 칼칼이 씻어내는 시골 아주머니의 잔정이 물씬 풍겨와 마음이 따뜻해졌다.
　길을 따라 오르다보면 두 갈래 길이 나온다. 그냥 봐도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남송골프클럽으로 빠지는 길이다. 그 길을 두고 위쪽으로 올라가본다. 가다가 왼쪽으로 내려가면 운향사가 있고, 대여섯 가구가 사는 동네를 만나게 되는데 흥업으로 가는 큰길과 이어져 있다. 운향사로 가지 않고 직진하면 왼쪽으로 길을 잘못 들어 노루가 나왔던 길이 나오고, 계속 걷다 보면 아까 들렀던 황원경 씨집과 연결된다. 산을 한 바퀴 빙 도는 길이다. 과수원을 가꾸면서 저절로 만들어진 길이어서 울퉁불퉁하지만 오히려 운치가 있다. 산을 한 바퀴 도는 길은 넉넉잡아 20분 정도 걸린다. 황원경 씨네 집 마당을 밟고 가야 되기 때문에 미안하긴 하지만 꽃구경하기엔 아주 좋다.
　이 코스는 비교적 짧아 40분정도면 된다. 남송골프클럽에서 시작하든 삼육고교 옆 고려목재상사에서 시작하든 꽃길을 돌아, 왔던 길로 돌아가는 코스를 추천한다. 그래봐야 이십분 정도 더 걷는다. 두번째 갔을때는 남송골프클럽에 차를 세워놓고 산을 한바퀴 돌아본 후, 운향사 길로 내려오면 좋다. 끝까지 내려오면 송학순대국이 나오는데 남송골프클럽 바로 옆이다. 

걷기도우미

　☞이 코스는 지금이 적기다. 조금 더 있으면 복숭아 꽃과 배 꽃의 하모니를 볼 수 없기 때문. 카메라 가져가는 것도 잊지말 것.
　☞과수원이 시작되는 처음과 끝에 한 칸짜리 간이화장실이 있다. 
　☞삼육고교 쪽에서 걸을 경우에는 30, 8, 9, 90번, 남송골프클럽 쪽에서 시작하려면 31, 32, 33, 34, 35, 8, 9번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박창근 씨 과수원에 들르면 직접 재배한 친환경농산물을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