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평교에서 첫 걸음을 시작했다. 동부교까지 십 여분 정도 소요됐지만 강변로가 없어 도로 바깥쪽으로 걸어야 했다. 30분쯤 걷다보니 원주천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어 길인가, 하고 내려갔더니 억새밭으로 가는 끊긴 길이다. 인기척에 꿩 두 마리가 퍼드득 날아오른다. 도심속에서 꿩을 보다니….
　
　 푸른 항변에 지친 억새밭은 / 이젠 잔광에 반짝이거나 / 소슬바람에 쓸리는 것
　
　고재중 시인의 '고요를 위하여'란 시가 떠오른다. 때마침 소슬 바람이 불어와 억새들을 깨운다. 시원하게 얼굴을 스치는 바람. 나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동부교 못 미쳐서 달래 캐는 아주머니를 만났다. 관설동에서 태어나 오십 평생을 살고 있다는 아주머니는 스무 뿌리 될까 말까한 달래를 보여주며 운동하면서 얻는 쏠쏠한 재미중 하나라고 자랑한다. 거의 매일 아침 저녁으로 운동을 한다는 그는 걷는 것이 가장 좋은 건강비결이라고 일러준다. 청둥오리와 백조가 차분한 아주머니의 얘기를 들으며 아침 한때를 쉬고 있다. 또 물까마귀 소리가 어찌나 발랄하던지.
　병영교에서 월운교까지는 20~30분 정도 걸리는데, 이 코스 중에서는 가장 아름답고 주변 환경이 잘 정비되어 있다. 인라인 스케이트나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널찍한 공간도 있다. 벽산 블루밍 아파트와 현대 아이파크 가 입주를 시작했기 때문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현대 아이파크는 강변 쪽으로 산책로를 만들었다.
　병영교와 월운교 사이에는 두 개의 작은 다리가 있다. 물에 빠지지 않고도 강을 건널 수 있는데다 아담하면서도 아름다워 건너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월운교는 가장 최근에 세워진 다리로 디자인이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주었다. 
　치악교를 눈앞에 두면서부터는 공사를 하느라 어수선하다. 다리를 건너고부터는 둔치로 내려갈 수 없고 둑방길로 걸어야 한다. 다리가 완공될 때까지는 월운교와 치악교 사이에 있는 작을 다리를 이용해 건너는 코스를 추천하고 싶다. 월운교 바로 앞에서 둔치로 내려갈 수 있다.
　치악교~대평교 코스는 1시간~1시간30분 정도 걸리는데 그 짧은 시간에 원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만날 수 있어 인상적이다. 대평교에서 병영교까지는 과거다. 원주천의 옛 모습이 남아 있는데다 자연친화적 환경을 조성해 청둥오리, 백로, 물까마귀, 흰목물세떼 등 많은 새들이 찾아온다. 운이 좋으면 억새풀 사이로 날아오르는 꿩을 볼 수도 있다. 
　반면 병영교에서 월운교까지는 현재다. 화려하고, 잘 정리된 눈썹처럼 우아하기도 하면서, 젊음이 역동적으로 어울리는 도시의 모습이 상존하고 있다. 치악교를 지나면서부터는 공사현장을 만나게 된다. 무엇을 짓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몇 년 후에는 이 곳 분위기를 바꾸어 놓을  미래다.
　지나치게 감상적인 접근이라고 느껴진다면 지금 당장 가벼운 옷으로 바꿔 입고 나서 보라.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자연의 색깔이 또 다른 모습으로 당신의 눈을 사로잡을 것이다.

걷기도우미

　▷주차장: 하류 쪽에서 출발할 경우는 강변주차장, 상류 쪽에서는 반곡관설동 주민센터 주차장을 이용하면 좋다.
　▷화장실: 치악교 초입 두 칸짜리 간이화장실과 반곡관설동 주민센터 앞에 세 칸짜리 간이화장실이 있다.
　▷모자 준비하세요: 해를 가려줄 만한 나무가 없으므로 모자는 필수.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쉼터는 세 곳.
　▷자전거, 인라인 스케이트도 탈 수 있다. 부모는 걷고 아이들은 자전거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이 코스를 누비면 가족나들이 코스로는 최고.
　▷바닥은 시멘트로 포장돼 있는 만큼 운동화를 싣는 것이 좋다(구두 신고 걸었다가는 기분 망칠 것).
　▷아침과 저녁 운동장소로도 적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