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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정신(雉惡精神), 김충렬박사 글을 되새기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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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3월 17일 (월) |
김주원 강원발전연구원 행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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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어른 김충렬 박사님이 돌아가셨다. 북원문화권조성계획을 작성하면서 그 분에게 원주의 정신을 기조연설로 부탁했었다. 그분은 원주의 정신을 치악보은(稚惡報恩)에 뿌리를 둔 도덕생명(道德生命)의 의리정신(義理精神)이라고 정의했다. 그 어른의 원주정신을 정의하셨던 일부 글을 인용해 본다.
치악산은 원주의 진산(鎭山)이다. 군자는 산을 즐기고 물을 즐긴다고 하는데, 그 즐기는 취향이 같지 않을 것이다. 산은 고요한 것이고, 물은 움직이는 것이다. 고요한 것은 뿌리요 마음이요 정신이고, 움직이는 것은 가지요 몸이요 생명이다. 풍수지리에서는 산을 그 고장 사람들의 기질과 정기를 보고, 물은 물질적 생활 형식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원주의 지리, 자연산천의 구성은 산은 높고 웅장한데 비해 물은 얕고 짧다. 사람으로 말한다면, 신체보다는 정신이 강하다는 것이다.
또한 역사적으로 전쟁과 고난을 많이 겪은 사람은 생명의지가 강하고 백절불굴의 정신력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 치악산을 중심으로 한 원주 지역은 한국의 역사가 전개되고 부족국가가 형성되어 각축이 벌어지기 시작하면서 한반도의 중원이라는 지정학적인 위치로 말미암아 세 축을 가진 세력이 맞물리는 각축장으로 역사 현장에 나타난다. 말하자면 원주는 전쟁이라는 긴장 속에서 많은 세월을 보낼 수박에 없는 지리적·역사적 여건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길을 가던 선비가 뱀의 공격을 받아 새끼들의 생명이 위태로운 것을 보고 그것을 구하려고 있는 힘을 다해 대항하는 어미 꿩의 모습에서 자신의 현재 생명을 던져서 새 씨의 미래 생명을 구하려는 그 생명의 지속에 대한 강한 본능의식을 느끼고 감동 받아 활로 뱀을 쏘아 꿩을 구해주었고, 꿩 또한 죽음의 위기에 처한 그 선비를 위기에서 구해내어 은혜를 갚았다는 전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앞에서 말한 역사속의 의로움을 보편생명 속에서 꺼지지 않는 의로움을 확대승화시킨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치악은 말 그대로 '치악(治惡)'의 산이기도 한 것이다.
'택리지(擇里志)'에서는 치악산을 영험이 많아 수렵꾼들도 마구 짐승을 잡지 못하는 산이라고 적고 있다.
이것은 치악산이 바로 그런 생명의식, 특히 생명을 잉태하고 낳아 기르는 생명전수의 숭고한 정신을 영적으로 지니고 있는 산임을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이 고장 사람들의 생명관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말이다. 이런 면에서 원주의 의는 단순히 의에만 그치지 않고 인으로 내면화하고 승화하는 길을 터놓고 있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치악정신이란, 악을 응징하는 치악(治惡)의 의(義)와 올바름을 세우는 의(義)를 바탕으로 해서 근본에 보답하는 보본(報本)의 의와 생명을 존중하는 의, 즉 인(仁)으로 승화한 역사적 전설적 배경에서 빚어져 나온 도덕생명의 의리정신이라 할 수 있다.
원주 치악의 정신은 바로 우리자신에게 메시지다. 그분이 정의한 원주 치악의 정신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고인이 되신 김충렬박사님을 다시 기리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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