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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에게도 인문학교육 필요 |
| 곽병은 갈거리사랑촌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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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술에 취한 김모 씨가 코를 흘리며 병원에서 직원들과 소란을 피운다. 벌써 오전에 이어 두 번째이다. 보통은 일주일 정도 술 먹고 시장을 여기저기 다니다가 스스로 체력이 달려 그만 먹든지 아니면 정신병원으로 옮겨지든지 하는데 이번에는 10일이 넘게 소란을 피우고 다닌다. 본인 말로는 체력이 좋아져서 그렇단다. 정신병원이나 복지원을 조금 과장하여 100번은 족히 넘을 정도로 내 집 같이 입 · 퇴원을 반복하며 들락거리고 있다. 하지만 술을 먹지 않고 지낼 때는 그렇게 착하고 얌전한 중앙동 시민의 한 사람일 수가 없다. 시장에서는 아주머니에게 엄마 엄마 하며 친절하고 붙임성이 있어 인기가 좋다. 얼마 전에는 리어카로 고물 수거를 하다가 시장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다며 중고트럭까지 사서 장사를 하기도 하였다. 술을 먹지 않을 때는 병원에 와서 이제 술 안 먹고 돈 벌어서 자기를 도와준 사람들에게 자기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떳떳이 보여주겠다고 다짐을 한다. 몇 달을 못 버티고 또 술 먹고 정신병원가고 이렇게 반복하는 것이 이제 평상시의 일처럼 되어버렸다.
어느 노숙인은 복지원에서 수년간 작업장에 나가 수백만 원을 모아서 퇴소하여 그날로 돈을 다 써버리고 노숙인 쉼터로 오는 경우도 있다. 올 겨울에는 벌써 노숙인이 7명 죽었다고 한다.
추운 날씨에 술 먹고 다리 밑, 빈 집에서, 혹은 골목길에서 죽어가는 것이다. 어느 노숙인이 자기들은 배고픔과 추위를 이기려 술 먹고 자고, 아침에 눈 뜨면 산 것이고 못 깨어나면 죽은 거라는 얘기를 한다. 이렇게 노숙인들은 우리 사회에서 최저빈곤생활을 하고 죽음과 가까이한 생활을 하고 있다.
노숙인들은 보통 실직, 이혼, 질병 등의 문제로 노숙생활에 노출되고 대부분 알코올문제나 정신문제를 밑바탕에 갖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 노숙인 복지정책은 이들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이나 각각 원인에 따른 근본적인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에서 소외받은 사람들이 국가의 사회복지정책에서도 소외를 받고 있다는 말도 있듯이 노숙인 복지사업은 국가나 민간에서 관심을 받고 있지 못 하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노숙인 복지사업이 쉽게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접근이 쉽지 않는 등의 사업 자체의 어려움 때문이고, 더 중요한 이유는 노숙인에 대한 국가나 사회에서 부정적인 인식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노숙인은 사회에서 통제되고 격리되어야만 하는 사회의 악과 같은 존재 그리고 노숙인을 도와주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사실 노숙인 급식소와 쉼터를 운영하고 있는 저희에게 왜 그들을 도와주느냐는 주위의 핀잔을 자주 듣는 것이 사실이다.
원주에서 노숙인 사업을 한지가 이제 10년이 넘는다. 처음에는 그들에게 추운 겨울에 밥 주고 재워주면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물론 쉼터를 다녀 간 사람 중에 자립에 성공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쉼 터와 복지원을 반복하여 다니며 음주문제, 범죄, 최저빈곤 생활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음식이나 잠자리를 제공해주는 것은 우선 생명유지에 필요한 일차적 물질적인 서비스제공 밖에 되지 않고 이들의 재활이나 자립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음을 자주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물질적 도움만은 이들을 더 나태에 빠지게 하는 위험도 없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이 본인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물질적 서비스 외의 다른 접근이 필요함을 현장에서 많이 느끼게 된다. 그래서 노숙인 쉼터에서는 이들에게 협동조합을 만들어 돈 관리를 해주고, 음주문제 해결을 돕기 위한 단주교육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응 자립 프로그램과 함께 노숙인의 빈곤생활이나 음주·범죄 등의 문제가 반복되고 사망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본인들의 삶에 대한 가치관 정립이나 근본적이고 인간적인 깨우침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왜 나라는 사람이 중요한 것인지, 왜 내가 살아야 하는지, 왜 술을 끊어야 하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등에 대한 성찰을 갖게 해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사회에서 이들의 문화적 소외를 해결해 주는 것 또한 삶의 질을 높여주는데 필요하다. 이러한 근본적인 깨우침이 없이 물질적인 제공만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 노숙인을 위한 '희망대학' 인문학 강좌가 상지대학의 도움과 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개설되었다.
이 강좌에는 철학, 역사, 문학, 예술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처음에는 여러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우리 사회의 책임과 사명도 생각하며 수강생과 교수가 함께 하나가 되어 노력하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부디 이번 강좌가 노숙인의 자활 자립에 도움이 되고 이것이 확산되어 지역시민사회에도 인문학 강좌가 활성화되기를 희망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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