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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의 죽음에서 깨닫는 것은?
2008년 02월 18일 (월) 김정란 상지대 교수
 숭례문이 불탔다. 온갖 희한한 일들이 날마다 벌어지는 대한민국이지만, 이건 해도 너무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그 화재가 사고가 아니라, 방화였다는 사실이다. 방화범은 자신이 겪은 재산 상의 억울한 일을 항변하기 위해 국가의 문화유산에 불을 질렀다는 것이다. 시커멓게 부서져 내리는 숭례문의 처참한 모습은 우리의 가슴 속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나는 마음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가 와지끈, 하고 부서지는 소리를 들었다. 그 굉음을 뚫고 어떤, 아주 가느다란 흐느낌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숭례문이 불타는 모습을 보지 않았다. 볼 용기가 없었다. 어떤 누가 어머니가 불타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겠는가. 나에게 숭례문은 어머니와 같은 어떤 것이었다. 주변에 고층 빌딩들이 들어서면서 숭례문은 점점 더 초라해졌지만, 그래도 변함없이 고요하고 의젓했다.
 방화범은 토지보상금을 적게 받은 것이 분해서 불을 질렀다고 한다. 그의 생각의 밑바탕에는 지금 한국땅을 위협하고 있는 무서운 멘탈리티가 숨어 있다. 이것은 단순히 방화범 한 사람의 '병적 상태'의 문제가 아니다. 그의 극단적인 행동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최근에 한국 사회를 휩쓸고 있는 한 가지 무서운 정신적 특질이 드러난다.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공적인 가치 쯤은 얼마든지 유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고, 사회의 상층부, 하층부를 가릴 것 없이, 우리는 지금 모두 방화범과 동일한 병적 멘탈리티를 가지고 있다. 17대 대통령도 그러한 정신적 특질에 의해 선택되지 않았는가. 그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든 문제삼지 않겠다. 다만, 내 주머니에 돈만 더 들어오게 해다오.
 가장 공적인 가치를 추구해야 할 언론도 자신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되는 세력이 권력을 잡게 하기 위해서 온갖 술수를 사용한다. 학교도, 교회도, 사찰도 모두 똑같다. 공적인 가치가 지켜지는 것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다만, 나와 내 가족이 편안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부패가 무능보다 낫다, 또는 도덕이 밥먹여 주냐 라는 희한한 구호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방화범은 그 구호를 극단적 방식으로 행동에 옮겼을 따름이다. 문화재라는 공적 재산, 그 재산이 담보하고 있는 역사적 가치가 밥먹여 주냐. 과거사는 왜 정리해야 하는데? 그게 나 지금 밥먹고 사는데 무슨 상관이 있는데? 일본한테 사과는 왜 요구하는데? 일본 사과 받으면 내가 부자 되나?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숭례문 방화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그 역시 문화재라는 공적 가치를 사익을 위해 사용했다는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는 아무런 안전 장치도 하지 않은 채, 서울 시장으로서 자신의 치적으로 치장하기 위해서 문화재청의 반대를 무릅쓰고 숭례문 개방을 강행했다. 그리곤 숭례문 앞에 광장을 조성하여 자신의 이름자를 자랑스럽게 박아넣었다. 그는 그 사실을 자신의 자서전에서 자랑스럽게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개방에 따른 위험요인들을 제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려진 바 없다. 그가 자신의 이미지를 치장하기 위해 무리하게 개방한 숭례문은 결국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불의 널름대는 혓바닥 아래에서 스러지고 말았다.
 영어 몰입교육에 이어 숭례문 화재 사건은 세계 만방에 대고 '우리는 천박한 민족입니다'라고 광고한 꼴이 되었다. 정신이 사라진 민족은 죽는다. 숭례문과 함께 무엇인가가 죽었다. 숭례문이라는 어머니의 죽음에서 깨달음을 얻는 한국인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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