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사업 창작계획서 설득력 갖춰야
세상의 변화와 요구에 부응하는 노력 필요

　창작작업이 대중의 토대위에서 생존해야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 때의 대중은 동시대일 수도 있고 역사속의 대중일 수 도 있겠지만 그만큼 창작의 변수가 시대상과 문명, 그리고 대중의 기호와도 밀접하다는 것이다(혹시 이것을 포퓰러리즘으로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최근, 삶의 기호변화와 문명의 진보, 그리고 색, 소리, 속도 모든 것들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창작작업이 정확한 자기혁신과 잣대를 갖고 있지 않으면 그 어느때 보다도 생존의 위협을 느껴야하는 시대이다.
　그렇지만 실제로 예술이 산업이 된다는 것은 늘 상업과 순수의 외줄타기와 같은 것이라 사회적 힘은 그 흔들림을 막아주기 위해 또는 예술의 공공성을 지켜주기 위해 별도의 자본을 이용해 시장성을 확대해 가고 있다.
　각설하자면 대중이 지탱해주지 못하는 예술의 생존을 사회가 지원해주는 시대가 이미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사회자본이라는 것은 개인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공성의 명분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요즘 예술가는 대부분 사회자본을 통해서만 살아갈 수 있다. 이러한 예술가 지원을 위한 사회자본의 대표격은 역시 국가의 공공기금이다.
　이 경우에도 사회자본의 특성상 기금의 쓰임새와 성과, 미션과 비젼 그리고 투명성 등 다양한 장치를 통해 엄격한 잣대를 대고 있다.
　연초마다 이런 공공기금의 국가대표인 문화예술진흥기금의 선정결과가 발표되고 잔칫집과 초상집이 갈린다. 이 기금은 매년 가을 차기년도를 위한 공모를 실시하는데 많은 예술가들이 신청서를 쓰기위해 날밤을 새기가 일쑤다. 그런데 앞서 말한 사회자본의 특성과 요구를 헤아리지 못하고 관습적인 상상력만으로 자신의 창작계획을 마련하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지원금 신청서를 잘쓰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무얼, 어떻게 하고 싶은가에 대한 설득력이 중요한 데도 말이다.
　더 이상 대중의 힘만으론 예술이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 사회자본은 예술가들에게 또 다른 시장이다. 그렇다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방법이 그렇게 녹녹친 않을 텐데 세상의 변화와 요구를 관찰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
　예술가들을 위한 사회자본은 국가가 운영하는 다양한 기금도 있고, 지자체의 문화재단, 민간기업의 공공재단, 아시아 예술가들을 위한 아시아재단(싱가폴), 독창적인 예술활동을 지원하는 유네스코 산하의 문화재단(파리)도 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비젼과 미션이다. 인구 30만의 원주에서 커져가는 시민들의 요구에 비해 예술가들의 자기노력이 조금 아쉬운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