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안에서 친구들과 통기타 치며 노래부르던 대학 시절, 가슴엔 목적지에 대한 부푼 기대가 가득했다. 또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곳을 향했던, 실연의 아픔을 치유하던 곳도 기차이다. 아버지, 어머니 시대에 기차는 꿈과 사랑을 실은 장소였다. 요즘 기차는 편리하고 세련되게 바뀌어 옛 운치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80년대까지 운행하던 통일호가 원주에 있다면? 연인들의 데이트 명소로 자리잡은, 가보지 않았어도 원주시민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기차카페가 그곳이다. 상호명보다 기차카페로 더 잘 알려진 '진달래향기'에 승차하면 정말 달리는 기분이 든다. 우연히 들렀다 다음에는 연인과 손붙잡고 온단다. 대전에서 달리던 기차가 원주로 옮겨진 것은 90년대 초. 그러나 카페주인이 여러번 바뀌면서 문을 닫는 날도 많았고, 우여곡절 끝에 지금의 신금숙(50) 사장이 인수했다. 신 사장은 "손님들이 먹는 것보다는 사진 찍는데 바쁘다"며 "웨딩사진 촬영을 하러 들르는 커플이 있는가 하면, 기차 문에 매달려 찍거나, 창밖을 바라보면서 찍기도 한다"고.
위 아래로 여닫는 창문과 따뜻한 차 한모금, 부드러운 음악소리, 나무난로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열기가 진달래향기의 전경이다. 마치 '우리만의 공간'에 온 듯, 바쁜 외부와 단절된 느낌이다. 편안하고 조용한 분위기 때문에 소설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학생들도 많다고. 운이 좋으면 난로에서 구운 고구마와 가래떡을 맛볼 수도 있다.
요즘엔 기차를 타볼 기회가 없는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현장학습을 위해 찾아오는 가족 손님도 늘었다. "엄마, 왜 기차 안가?" "부산까지 갈까요?" 하고 묻는 사람들을 보면, 확실히 분위기가 있긴 있나보다.
눈이나 비가 오거나, 따뜻한 봄날 창밖을 내다보면 더욱 멋스럽다. 기찻길을 따라 코스모스와 맨드라미 등을 심어 꽃구경 가듯, 날이 찌푸린 날 차 한잔 마시고 싶은 곳이다. 또 낮보다는 밤에 더 낭만적이다.
신 사장은 "잠깐 잠깐 쉬었다 가길 바란다"며 "혹 여기서 약속 했다가 문이 잠겨있으면 실망할까 봐 365일 장사를 한다"고 말했다. 명절 때라도 비록 오후지만 꼭 문을 연다.
차와 식사, 맥주 등을 판매한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 커피를 비롯한 차가 2천500~4천원, 식사는 3천500~6천원, 맥주는 3천~5천원이다. 신 사장이 추천하는 '공예차(화차·5천원)'는 찻잔 속에 꽃이 피어나는 눈으로 먹고, 향으로 마시는 허브차이다. 또 단호박밥(6천원)은 신 사장이 직접 개발한 메뉴로, 단호박 안에 찹쌀, 흑미, 대추 등을 넣어 밥을 지은 영양식이다. 영업시간은 오전11시부터 밤12시까지. 30여명까지 수용가능하다. 위치는 흥업면 매지리 함촌마을. 연세대 원주캠퍼스 정문에서 200m 거리이다.

▷문의: 762-0038, 016-762-5614(진달래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