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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대선은 끝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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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24일 (월) |
김정란(상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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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대선이 끝났다. 결과는 이명박 후보의 압승으로 드러났다. 사상 최저의 투표율로 보아 이번 대선이 얼마나 국민에게 난감한 선택을 요구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40%에 달하는 국민이 판단을 유보한 이번 대선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러나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대선 결과를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이명박 당선자는 역대 어느 정치인보다도 더욱더 도덕성 문제에 의심을 받아 왔다. 막판에 터진 동영상은 그간 여권에서 제기했던 문제가 명백한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물증이었다. 그러나 그 동영상은 이른 바 김영삼 전대통령 당선 당시의 "초원복국집 사건"이 가져온 것과 똑같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 유권자들은 동영상으로 확실해진 이명박 당선자의 도덕적 하자를 문제삼기는커녕, 오히려 결집하는 양상을 보였다. 다시 말해서, 유권자들은 <묻지 마> 지지를 보인 것이다.
이 <묻지 마> 지지가 우리 사회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무엇을 어떻게 읽어내어야 할지도 막막하다. 우리 국민은 거짓말을 해도 좋다, 술수를 부려도 좋다, 성공하기만 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라는 결론을 내린 것일까? 아니면, 노무현 정권에 대한 반감이 무턱대고 이명박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하게 한 것일까? 지금으로서는 어떤 결론도 내리기 어렵다고 본다. 왜냐하면, 노무현 정권의 <실정>에 대한 비판이 분명히 부동산정책 실패, 양극화 심화 등, 실체적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기는 하지만, 국민의 반응은 실체적 사실에 대한 비판 이상의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 반감은 매우 정서적으로 부풀려져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는 보수 언론의 대승리라고 볼 수 있다. 5년 내내 노무현 정권을 향해 저주를 퍼부은 결과, 그들은 원하는 목적을 달성했다. 노무현 정권이 무엇을 하든, 국민으로 하여금 아예 넌더리가 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성적이고 차분한 판단은 사라지고, 정서적으로 에스컬레이팅된 반응이 지난 5년을 지배했다. 정책의 어떤 부분이 왜 실패했는지, 그것을 교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런 건설적 비판은 지난 5년 동안 눈을 씻고 보아도 없었다. 보수신문의 목적은 우리 사회를 좀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든 노무현을 몰락시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무능보다 부패가 낫다"는 괴이한 선동적 슬로건을 만들어 냈고, 그리고 그 선동은 그들의 기대 이상으로 성공했다. 그들의 성공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일단은 지켜볼 수밖에 없다. 벌써 외신에서는 "한국은 대통령 후보에게 도덕성을 묻지 않았다"라는 야유성 논평들이 뜨고 있다. 한국인은 70~80년대 내내 치열하게 싸워 쌓아올린 자신의 이미지를 스스로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세계인은 그 사이 짧은 기일 동안 산업화와 민주화에 동시에 성공한 한국을 놀라운 눈으로 지켜보아 왔다. 그리고 진정으로 한국인을 존경하기 시작했었다. 한국이 민주화에 성공했다는 바로 그 점이 우리나라를 일본과 차별화시켜 주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그런데 이제 한국인은 스스로 그 문화적·역사적 프리미엄을 포기하고, 순수한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자리를 선택한 것이다.
어떤 결과가 오든, 모든 것은 우리가 책임져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제 대한민국의 모든 도덕 교과서들은 거짓말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BBK사건이 아니라도, 열다섯차례의 위장 전입과 위장 취업 문제만 가지고도, 외국이었다면, 대통령은 물론 구청장 출마도 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인은 아무 상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러니, 이제 누가 자식들에게 "올바르게 살아라"라고 가르칠 수 있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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