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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근한 물로 발 씻어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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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26일 (월) |
임종호 교수(한라대 사회복지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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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첫눈도 내렸고 며칠만 지나면 달력도 한 장 달랑 남는다. 그러면 외적으로는 거리엔 크리스마스 캐롤이 흘러나오고 구세군 자선냄비의 종소리가 움츠리며 가던 종종 걸음을 잠시 머뭇거리게 한다. 언론에서는 연일 그늘진 이웃들에게 창문을 여는 훈련을 실천하자고 사랑의 열매를 가슴에 단 사람들이 자주 등장하며, 올해는 더욱이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아동복지시설보다는 노인복지시설이나 경로당들이 아마도 더 붐비리라.
개인 내적으로는 한 해를 돌아보면서 과연 연초에 다이어리 가장 앞자리에 적어놓은 '10가지 꼭 할 일'은 제대로 추진된 것이 없고, 대신 자신과는 별 상관이 없는 연말 10대 뉴스가 자리 잡고 있다. 자괴감도 들고 마음을 다잡자는 생각에 일기장도 구입하는 등 여러 방안을 모색해 본다. 그 모든 다잡자는 방안 가운데 연말연시에 편승하여 나름대로 가장 보람 있다고 생각하고 나서는 것이 자원봉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조금씩이나마 건강한 사회로 가는 길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원봉사'란 자신의 판단 아래 강요받지 않고 스스로 참여하고(자발성), 봉사자 자신의 이익이나 명예를 먼저 생각하지 아니하고 도움의 대상자를 먼저 생각하는 행동을 말한다(이타성). 또한 소요 경비를 스스로 책임지며(무급성), 1주 1회, 1회 3~4시간을 기준으로 6개월은 지속해야 하며(지속성), 특정한 개인이나 직장, 단체의 이익, 종교와 정당의 입장을 초월하여(공공성) 봉사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결국 자원봉사는 비 맞고 가는 사람이 있으면 우산을 씌워주는 것보다는, 자신의 우산을 접고 비 맞으면서 같이 걸어가며 아름다운 동행을 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자원봉사자는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자신이 기뻐하는 모습에 도취된 적이 한 두 번인가? 필자가 자원봉사 현장에서 만나는 봉사자 가운데 일부는 충동적 동기에서 시작하는 자원봉사로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되고, 그로 인해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에게 혼란과 고통을 초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안타까운 맘이 든다.
필자 역시 지난 세월 동안 자원봉사를 하면서 잘못을 저지른 것을 나열하면, 우선 다녀온 횟수보다 말을 더 많이 했고, 고급인력이 이런 일을 해야 되는가? 하면서 단무지(단순하고 무식한 사람도 할 수 있는 지저분한 일)를 싫어했고, 특정 종교에서 운영하는 시설이나 기관을 선호하였다. 또한 자기만족에 도취되었고, 대상자에게 의존성을 길러주었을 뿐만 아니라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경우가 많았으며, 안가겠다는 사람을 반강제적으로 끌고 간 적이 허다하다. 더욱이 기관이나 시설의 이성에게 관심을 가진 적도 있고, 시설의 문제점을 보고 지나치게 간섭하려고 했다. 결국 그런 행위들은 지금껏 남의 발 씻어 준다고 하면서 남의 발에 얼마나 많은 뜨거운 물을 부었던가!
우리가 그늘진 이웃을 위해 눈을 돌리는 것은 반드시 꼭 몸으로 하는 것만은 아니다. 매년 구세군 자선냄비의 관심은 '올해도 과연 뭉칫돈을 넣고 가는 얼굴 없는 천사가 나타날까?'이며, 올해 초반 인터넷을 달구었던 사건 가운데 하나인, 노숙인에게 자신의 목도리를 벗어서 감싸주는 '목도리 녀'같은 일도 우리가 조금만 신경 쓰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제 어떤 동기에서든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모든 이는 필자와 같은 전철을 밟지 말고 어차피 남의 발 씻어 주기 위해 나왔으면 미지근한 물로 씻어주면서, 봉사를 주고받는 서로가 파안대소하는 모습을 보고 발길을 돌렸을 때 더 알찬 2008년을 준비할 수 있으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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