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뜨래 멜론을 선별하고 있는 모습.

	▲ 관공서에 비취된 LCD를 통해 굿뜨래를 홍보하고 있다.

	▲ 부여군에서 생산되는 굿뜨래 농산물 홍보전시관

	▲ 선별된 굿뜨래 멜론을 규암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 직원들이 박스에 담고 있다

　농업이 변하고 있다. 첨단기술이 동원되면서 농사 기법은 물론 유통, 판매 방식까지 달라졌다. 시대적 흐름에 따른 대세라지만 변화의 중심에는 원동력이 있게 마련이다.
　충남 부여군의 변화는 굿뜨래라는 공동브랜드에서 시작됐다. 부여 농산물 공동 브랜드를 계획하고 있던 부여군은 지난 2003년 말 '굿뜨래'를 탄생시켰다. 효과는 컸다.
　'좋은 뜰 좋은 상품'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110개 생산자 단체와 농가가 열심히 뛴 결과 2004년 400억원, 2005년 500억원, 2006년 69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굿뜨래 브랜드를 달고 출하되는 농산물은 일반 상품에 비해 높은 가격을 받고 있었다.
　부여군 농림과 한만길 유통지원담당은 "멜론의 경우 굿뜨래 브랜드가 있고 없고에 따라 박스당(4개) 5천~1만원까지 가격 차가 생긴다"고 말했다.

왜 공동브랜드인가

　1990년대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의 브랜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역을 알리는 동시에 높은 수익까지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부여군은 이보다 늦은 2002년도에 브랜드 경쟁에 뛰어들었다.
　부여군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대부분은 단기간 대량생산 상품이다. 수박, 멜론, 포도, 밤, 방울토마토. 품목별 브랜드 사업을 펼치는데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는 셈이다.  
　부여군은 고민 끝에 시기별로 다르게 생산· 판매하는 농산물에 공동브랜드를 붙여 1년 내내 소비자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한만길 담당은 "하우스재배, 예냉처리, 저온저장 등 작물 재배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지만 제때 생산하지 못하면 제 값을 받지 못하는 게 농산물의 특징"이라며 "작목반이나 농가마다 단일품목만 생산하지 않고 시기별 생산품목을 정해 판매해 왔기 때문에 공동브랜드 가치만 높히면 농가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또, "단일품목을 브랜드화 해 일정농가만 혜택을 얻기 보다는 모든 농가에 함께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것 때문에 공동브랜드의 필요성이 대두했다"고 덧붙였다.
　멜론을 수확하고 있는 굿뜨래 멜론 작목회 총무 류재훈 씨는 "굿뜨래 브랜드를 달고 출하한 이후 수입이 늘고 있다"며 흐뭇해했다.
　당시 지역주민들은 지역을 알릴 수 있는 '부여'라는 지명을 브랜드로 사용하기 원했지만 부여군은 국외수출을 염두에 두고 국제적 이미지를 선택했다. 한 담당은 "소비자의 특성상 애향심에 따라 자신이 살았거나 사는 지역의 농산물을 구매하는 경향이 많은데 지역의 이름을 붙인 브랜드로 정하면 자칫 브랜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데 역효과가 생길 수 있어 지명을 브랜드 이름에 넣지 않았다"고 했다.

엄격한 품질관리가 생명

　굿뜨래 브랜드가 높은 상품가치를 나타내는 이유는 뭘까? 부여군청, 농협 부여군지부, 농가들은 품질관리와 공격적 마케팅의 결과라고 한다. 부여군 규암면에 있는 규암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지난 1일 멜론 생산농가와 농협직원들이 선별기 앞에 모였다.
　멜론의 무게·크기·당도를 측정하는 선별기는 '비파괴 당도·중량 선별기'. 멜론 등 각종 농산물을 컴퓨터 제어를 통해 10등급으로 분류해 등급별 라인으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선별기는 농협과 부여군이 대당 1억5천여만원을 투자해 개발·가동 중이다.
　농협직원과 농민들은 행여 하위등급 멜론이 상위등급과 섞이지 않을까 선별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누구나 실수는 있는 법. 99%의 정확도를 가졌다지만 기계 또한 실수가 있다는 것이 농민과 농협직원들의 생각이다.
　선별기가 1~3등급을 매긴 멜론은 1~3번 라인으로, 4등급 이하는 4~5번 라인으로 자동 이동된다. 1~3등급은 굿뜨래 마크(스티커)를 부착하고 나서 '굿뜨래 멜론'이란 상표가 찍힌 상자에 포장한다.
　이날 선별된 1~3등급 멜론의 당도는 14브릭스(brix, 당도를 나타내는 단위) 수준. 감귤의 당도와 비슷하다. 4~7등급까지는 12~13브릭스. 상위 등급과 당도에서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지만 굿뜨래의 기준에 못 미처 마크를 달지 못했다.
　부여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 굿뜨래 마크를 받으려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우선 영농(생산·영업) 경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또한, 현재 판매 중이어야 하고 지역에서 일정정도 유명세를 탄 농산물이어야 굿뜨래 브랜드를 부여받을 대상이 된다. 일단, 대상이 되면 부여군에서는 대외신용도와 생산품 품질기준, 유통 상태를 확인한다. 확인결과 양호하다는 판정이 내려지면 브랜드 사용승인 심의위원회에서 합격 여부를 가린다.
　브랜드를 부여받은 이후에도 까다롭기는 마찬가지. 현재 굿뜨래 농산물은 전문분야 30여 명의 공무원과 자체품질관리원 24명이 품질 관리를 담당한다. 이들은 상품의 품질을 높이고자 '삼진아웃제'를 도입했다. 또, 한번 품질이 떨어진 농산물이 일정기간 동안 품질 향상이 되지 않으면 심의위원회를 열어 굿뜨래 선정을 취소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한다. 물론 브랜드를 부여받은 농민들에겐 부여군의 각종 지원이 뒤따른다.

공격적인 마케팅

　　2003년 12월 24일 부여 농산물 공동 브랜드 굿뜨래가 탄생했다. 부여군은 부여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여덟 가지를 '부여 8미'로 정하고 굿뜨래 상표를 내걸었다.
부여군 자치행정과 양주석 담당은 "이제 농산물도 품질을 고급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라며 "까다로운 품질관리 시스템을 통해 품질의 공신력을 확보하는 한편 대외 신뢰도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여군은 다른 지자체보다 강력한 마케팅 정책을 내놓았다. 기업의 마케팅 전략인 이른바 '공격적 마케팅' 기법이 대표적이다. 부여군은 TV, 수도권 전광판, 지하철, 고속도로, 버스, 택시 등에 굿뜨래를 알릴 수 있는 광고를 내걸었다.
　홍보관을 이용한 상품 알리기에도 힘썼다. 서울 중구 을지로 지하도에 운영 중인 홍보관도 그 가운데 하나. 부여군이 개최하는 축제와 행사도 굿뜨래 홍보의 장이다. 이 지역에서 개최되는 태권도와 유도대회 등 각종 행사에도 굿뜨래 마크를 사용한다.
　최근 들어 굿뜨래 홈페이지를 구축했으며 지난 1월에는 인터파크 G-Market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판매 중이다.

규모화, 집적화 시설 뒤따라야

　부여군은 인구가 8만여 명에 불과하지만 9개의 산지유통센터(APC)와 7개의 미곡종합처리장을 갖추고 각종 농산물을 수매, 선별, 저장, 가공하고 있다. 1개의 미곡종합처리장을 갖춘 원주시와 비교하면 시설 면에서 대조된다.
　생산량도 2004년 45개 생산자단체와 농가에서 2만643톤을 생산해 브랜드화를 했다면 작년에는 110개 단체와 농가가 참여해 5만2천여톤을 생산하고 있다. 메론, 수박, 밤, 양송이버섯 등은 전국 지자체 중에서 1~3위에 들 정도로 대량생산을 하고 있다. 농협 부여군지부의 연합사업과 부여군의 지원이 합쳐져 고품질 농산물 대량생산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농협 부여군지부 노이수 차장은 "개별사업에서 연합사업으로 이어지기까지 끊임없는 농가교육과 지도가 필요했고 부여군의 홍보가 이어져 브랜드효과를 보게됐다"고 말했다.

생산자단체 및 농가 단합된 의지 필요

　부여군은 110개 생산자 단체와 농가가 굿뜨래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굿뜨래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각 단체와 농가에서 참여하지 않아 애를 먹기도 했다는 것.
　부여군 한만길 담당은 "기존에 개별브랜드로 판매했던 농가와 생산자단체에 공동브랜드의 필요성을 알리고 참여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처음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결국 일부 작목반과 농가만 참여해 차별화를 꾀했다"고 말했다.
　부여군에서 많은 농가를 굿뜨래 사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은 높은 판매가격과 지원이다. 굿뜨래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농가보다 높은 수익이 부장되자 점차 참여농가가 늘어났고 이에 따른 시설, 비료, 교육 등의 지원도 늘려갔다. 노 차장은 "농민들은 농산물 가격에 가장 민감하다"며 "판매처가 늘어나고 높은 가격을 받는 참여농가를 보면서 점차 기대심리도 높아졌고 참여농가도 급속도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또, "부여는 이미 공동선별 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었기 때문에 참여농가를 늘려가는데 어려움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국외에서도 굿뜨래 브랜드는 OK

　농산물 축제의 경우 지역축제와 다르다. 지난 6월에 열린 수박축전의 경우 '찾아가는 감동'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대전·서울·경기 등을 찾아 소비자에게 밀착 홍보를 진행했다. 단순히 지역축제로 끝나지 않았다.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 '수박 따기' 행사를 진행한 것이다.
　굿뜨래 브랜드 농산물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물류센터, 공영도매시장 등으로 출하되며 계약체결 방식과 주문 직거래 방식·경매 등으로 유통된다.
　지난 2005년 한 해 굿뜨래 수박의 경우 52억8천400만원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이는 지난 2004년과 비교하면 3배가 늘어난 것이다. 멜론도 2004년 7억3천700만원에서 지난해에 31억1천6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판매 수익은 브랜드 가치 창출로 이어졌다. 굿뜨래 브랜드는 기존 출하 방식과 비교해 전체 농산물 평균 10~15% 정도 판매량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굿뜨래는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굿뜨래 마크를 단 부여군 농산물은 지난해 러시아·일본·대만·인도네시아·미국 등 20여 개국에 수출돼 160여억 원의 외화를 벌어들였다. 특히 파프리카·밤·멜론 등은 인기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부여군은 올해 수출 목표액을 200억 원으로 잡았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려고 품질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마케팅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기영·이영주 기자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