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의 딸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원주역도 간판 윤진희(21·원주여고 졸업)가 2007 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서 한국기록을 여섯 차례나 갈아치우며 인상 금메달을 획득했다.
　윤진희는 지난 21일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린 여자부 53kg급 경기에서 인상 94kg을 들어 올려 꿈에 그리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윤진희는 나스타샤 노비카바(벨라루스)와 같은 중량을 기록했지만 체중이 덜 나가 정상에 올랐다.
　윤진희는 용상(117kg)과 합계(211kg)에서도 동메달 한 개씩를 추가하며 이번대회를 통해 금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를 획득했다. 특히 한국기록을 여섯 차례나 단숨에 바꿔놓는 괴력을 발휘했다. 인상 3차 시기에서 94kg을 들어 2005년 박은진이 전국체전에서 세운 한국기록(90kg)을 뛰어넘은 윤진희는 용상 2·3차 시기에서 115kg, 117kg을 잇따라 들며 종전기록(112kg)을 경신했다. 합계에서도 한국신기록을 세 차례나 새로쓰며 종전기록(119㎏)을 12kg이나 늘리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58kg급에 출전, 인상과 용상, 합계에서 모두 4위에 머물렀던 윤진희는 체중을 5kg 줄이고 출전, 치악중과 원여고 시절부터 목표로 삼은 세계정상의 자리에 우뚝 섰다.
　윤진희가 이날 획득한 세계선수권 금메달은 2005년과 2006년 세계정상에 오른 장미란(원주공고 졸업)에 이어 두 번째. 하지만 한국여자역도 경량급 사상 첫 세계대회 금메달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역도계 인사들은 윤진희가 내년 베이징올림픽까지 용상만 보완한다면 또 한번 세계를 놀라게 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장미란이 고양시청으로 이적 후 강원역도계 전반에 깔려있던 침체된 분위기가 "윤진희의 메달 획득 소식으로 한방에 해소됐다"며 고무적인 반응이다.

　원주여고 박미정 코치는 "대회출전을 앞두고 체급을 내린다는 소식에 사실 걱정이 많았는데 정신력이 남다른 선수라 훌륭하게 극복한 것 같다"며 "어려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세계 정상에 오른 진희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윤진희는 누구?
　중학교 1학년 교실. 역도하고 싶은 사람 손 들어보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아무 생각없이 나선 가냘픈 소녀. 그녀가 지금의 윤진희다.  
　그렇게 역도와 인연을 맺은 윤진희는 김해광 원주시청 역도팀 감독과 박미정 원주여고 코치의 조련으로 무서운 아이로 성장한다. 바벨을 잡은지 1년도 안돼 전국무대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원여고에 진학한 첫해 제주에서 열린 전국체전에서 대회신기록을 수립하며 3관왕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그녀를 곁에서 지켜본 이들은 강한 정신력과 집념이 돋보인 선수로 기억한다. 원주여고 재학 중에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가족과 떨어져 원주시청 역도실업팀 숙소에서 생활하면서도 항상 밝은 모습을 잃지않고 훈련에 전념해 연습벌레로 통했다. 장래 체육교사가 되고싶다는 생각에 실업팀들의 스카웃 제의를 뿌리치고 한체대에 진학했으며 꾸준한 자기관리로 3년째 국내최강의 자리를 지켜왔다.
　윤진희는 각종 전국대회 입상, 연이은 신기록 행진. 국가대표 선발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지만 같은 체급의 임정화와 '원주역도=장미란'이라는 등식에 가려 실력만큼 인정을 받지 못한 불운한 선수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좀처럼 기록이 향상되질 않자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과감히 체급을 한단계 내리는 모험을 강행하기도 했다.  
　지난 2002년 전국체전 삼관왕에 오른 후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과 각종 세계대회에 출전, 메달을 따는 것이 꿈"이라던 수줍은 소녀의 바람은 5년만에 꿈을 넘어 현실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