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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와 올리브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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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9월 10일 (월) |
임상오(상지대 문화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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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라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말에 너무나 친숙해 있지만 최근 '문화를 알면 경제가 보인다'는 책을 집필하면서 이 말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많은 사람이 21세기에는 정보통신기술의 융합과 발전을 계기로, 문화가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 되기 시작했고, 급기야 많은 고용의 창출과 지역 및 한 나라의 발전을 견인하는 원동력(engine)이 됐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절대 틀린 것이 아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문화는 우리에게 빵이자, 돈이자, 표이며 홍보수단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는 우리에게 문화가 왜 중요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을 제공하지는 못한다.
여기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문제제기(도정일 교수)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지난 50년간 우리에게 문화란 불요불급의 주변부 영역, 즉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할 때의 식후경처럼 빵 다음에나 생각해볼 유한 장식적 여가활동, 즉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치명상을 주지 않는 '삶의 꽃' 같은 것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문화가 정치와 경제 발전을 위한 하나의 도구적 수단영역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삶에 필요 불급한 경제와 문화를 둘러싼 논의는 아주 오래 전부터 있어온 주제의 현대판에 지나지 않는다. 유사 이래 가장 오래된 이야기 가운데 하나는 아마도 가인이 아벨을 살해한 것이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문화와 경제를 둘러싼 논의는 다름 아닌 인간의 본원적 욕망에 기인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늘날의 글로벌화 된 세계체제를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의 드라마'로 상징화하는 것은 인간의 욕망체계를 정확히 포착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도요타 자동차의 최고급 승용차 렉서스는 올리브나무만큼이나 근본적이면서도 아주 오래된 인간의 욕망을 상징한다. 그것은 생계유지와 생활수준의 향상, 번영 그리고 근대화 등 오늘날 세계화 체제에서 펼쳐지고 있는 인간 욕망의 전개 모습 그대로이다. 반면에 올리브나무는 우리의 뿌리를 의미하고, 이 세상에서 우리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와 존재의미를 말해 주며, 우리가 한 곳에 정착하게 해줌으로써 마치 배의 닻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특히, 올리브나무는 우리가 속한 가족과 지역사회, 민족과 종교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도 우리가 우리 집이라고 부르는 곳을 상징한다.
오늘날의 글로벌화 된 세계체제에서는 올리브나무를 지나치게 중시하다 렉서스를 파괴한 사례도 있다면 보다 나은 렉서스가 최종적인 승리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신념 하에 맹목적으로 글로벌 경제에 뛰어드는 것 또한 건강한 사회를 담보한다고 보기 어렵다. 만약 글로벌 경제에 참여하는 것이 지역과 나라의 정체성을 상실하게 하고, 개개인에게 올리브나무가 뿌리째 뽑히는 아픔을 준다거나 또는 완전히 기력을 상실하게 한다면 누구라도 반격을 시도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사이의 균형 잡기는 모든 지역(나라)이 직면하는 공통 과제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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