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가 원주의 주력산업으로 떠오르는 의료기기 산업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윤형로 원장은 "의료기기를 미국에 수출하려면 FDA(식품의약국)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벽이 너무 높다"며 "의료기기 업계는 FTA 체결로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FTA 체결 전에도 대미 시장 공략을 위해 노력했지만 기술수준이 열악한 탓에 FDA 인증을 받지 못했고 이 때문에 수출 길이 막혔다는 설명.
X-ray기기 생산업체인 (주)리스템 해외사업부 관계자 역시 "FDA 인증이 관건인데 굉장히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관세가 철폐돼 미국의 다양한 의료기기 제품군이 국내에 상륙하면 국내 업체들은 상당히 불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대미 수출은 어려운 반면, 미국의 기술 우수 제품들이 내수시장을 잠식해 들어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윤 원장은 "환자감시장치 같은 경우 국내 시장에 공급하기도 하고 수출도 하는데 관세가 철폐돼 미국산 제품이 들어오면 가격 경쟁력에서 국내 기업은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지난 4일 민주노동당 강원도당은 산업연구원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미FTA가 강원도 제조업에 득보다 실을 더 크게 안겨 줄 것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의료기기 등 정밀기계 및 정밀화학 분야는 우리나라의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 중 하나이면서도 한·미FTA에 가장 취약한 업종"이라며 한·미FTA가 의료기기 등 정밀기계 분야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산업연구원의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지난해 말 원주권 의료기기 업체는 65개로 1천여명에 가까운 인원이 일하고 있다. 2006년 1천536억3천여만원의 매출실적을 올렸으며 이중 837억7천여만원이 수출로 올린 실적이다. 그러나 아직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기업도 많고 기술개발을 위해 밤을 낮처럼 쓰는 업체도 있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이 필요한 시기인데 한·미FTA가 발목을 잡을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다.
윤형로 원장은 "시장개방은 연차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에 맞춰 대비를 해야 하며 산업자원부와도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며 "투자를 아무리 해도 개방시기에 맞춰 경쟁력을 갖출 수 없는 분야도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긴급히 기술개발에 힘써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분야는 집중지원 등을 통해 시장개방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