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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시민 자존심 울리는 악기(風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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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1월 22일 (월) |
이승영(영서고 농악반 담당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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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영서고 농악반 학생들이 일본 오이따현립 유후고등학교와 문화교류 결연을 협정하고 공연을 했다. 일본 학생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으며, 지방NHK와 신문사가 앞다퉈 보도하는 등 지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전통문화를 대하는 자세는 일본보다 우리가 훨씬 뒤진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11년 전 원주에 정착한 뒤 두가지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첫째는 원주에 역사 유적지와 문화재가 많고 매지농악과 오리현농악 등 훌륭한 무형문화가 있다는 점이었다. 두번째로 놀란 것은 그렇게 훌륭한 문화재가 거의 소실됐으며 복원의지도 미약하고 그나마 있는 것도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전북 정읍과 남원은 원주에 비해 1/4도 안되는 작은 도시지만 시립농악대가 있다. 원주에는 강원도 무형문화 제18호인 매지농악과 오리현농악이라는 훌륭한 전통문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립농악대가 없는 것을 보고 참으로 놀라웠다. 그런데도 원주따뚜에 수 십억원씩 공을 들이는 것을 보면 놀랍다. 왜 강원감영제나 원주농악이 원주따뚜보다 못할까? 이천ㆍ여주의 도자기 축제, 화천 산천어 축제, 강릉 단오제 등이 성공할 수 있는 기본은 자기 것을 최고로 활용하는 평범하고 명쾌한 진리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농악의 씨도 없던 부평에서 전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풍물축제를 개최하고 관광객이 넘치는 것을 보면 우리는 뭘 했는지 참으로 아쉽기 그지없다.
박물관에 있는 국보급 금불상을 녹여 금반지를 만든다고 상상해보자. 정말 미친 짓이 분명하다. 유형문화재는 박물관에 보관하는 것이 좋겠지만 무형문화재는 사람이 익히지 않으면 소멸된다. 그러므로 보존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은 무형문화이다.
지난 몇년간 강원도청과 원주시에서 매지농악 전수를 하고 있는 영서고 농악반을 위해 실내외연습장을 지은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살아있는 행정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느낀다. 원주에서는 원주 것이 가장 소중하다. 시립은 시민의 자존심을 대신하고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것이 분명하다면 가장 원주다운 것을 우선하는 것이 순리다.
공업화가 환경오염을 가져왔다면 정보화사회는 인간정서의 파괴를 가져온다. 이것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처방이 바로 문화이다. 음악 한 소절과 춤사위 한 동작으로 인간 본성을 자극해 정서를 순화한다. 자극적이고 현란한 대중문화에 빠져드는 청소년의 정서를 아름답게 다듬는 것은 역시 전통문화가 가장 좋은 수단이다. 그러므로 수백 년을 이어온 무형문화재를 우리 손으로 버리는 어리석은 일을 해서는 안된다.
전통문화 전수활성화 촉진 조례를 제정해 시립농악대를 만들고, 내 고장 문화를 전수하는 청소년에 대해 장학금을 주고, 전통문화전수학교를 선정해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또 풍물경연대회를 개최하고, 지역문화 전수단체를 우선 지원하는 등 우리 원주에 살아있는 문화를 알리고 지켜나가야 한다. 원주의 전통 문화를 원주시민이 사랑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며 책임이다. 우리 것을 우리가 높여주는 것이 바로 자존심이다. 원주의 자존심을 높여주는 바람의 악기가 다시 한번 힘차게 울려 퍼지길 기대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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