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자치센터 설치현황

　지난 2004년 단계동을 시작으로 올해 3월 개소한 반곡관설동까지, 원주에는 6개의 주민자치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주민들 스스로 주민자치위원회를 구성, 위원회가 중심이 돼 여가활동을 즐기고 생활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자는 취지로 출발한 주민자치센터. 그러나 지난 99년 시범운영 때부터 지적됐던 '주민도 없고 자치도 없다'는 문제점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이용인원 1일평균 40명 불과
　원주시 주민자치센터 운영현황에 따르면 주민자치센터 이용인원은 1일 평균 40명이다. 무실동 주민자치센터가 1일 88명으로 가장 많으며 단구동(50명), 반곡관설동(42명), 단계동(26명), 귀래면(23명), 봉산동(10명) 순이다.
　이처럼 이용실적이 저조한 원인은 대부분 주민자치센터가 동ㆍ면사무소 내에 위치해 공무원 근무시간에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민자치센터 운영시간은 평균 8시간으로 이용층이 주부, 노인 등에 한정돼 있다. 이모씨는 "주민자치센터가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며 "퇴근시간이 7시인데 6시면 문을 닫는 센터를 어떻게 이용하겠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양하지 못한 프로그램
　운영 프로그램이 중복되거나 지역 특성과는 무관한 스포츠댄스, 인터넷 교실 등이 주종을 이루는 것도 문제점이다. 원주시 조사결과 요가, 우리 민요 등 단순한 문화여가 분야가 53%이고 서예, 컴퓨터 등 시민교육 분야가 35%를 차지했다. 나머지 12%도 체력단련실, 만남터, 책방 등 주민자치를 위한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또한 지난 10월 31일 기준 6개 주민자치센터 중 5곳에서 프로그램을 시행하기 전ㆍ후 단 한번도 주민들 욕구 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채 동사무소와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임의로 프로그램을 선정, 운영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주민자치센터는 생활 자치가 주기능인데도 불구하고 여가 프로그램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센터 관계자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싶어도 시에서 지원하는 예산이 너무 적어 강사섭외에 어려움이 많다며 어려움을 토로한다.
　시는 센터 당 연 1천5백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6개 센터 평균 강사비는 시간 당 2만원으로 강사들은 주 2회 수업을 할 경우 월 16만원을 받고 있으며 심지어 무료로 진행되는 강의도 적지 않다. 대부분 강사들은 자원봉사 취지로 강의를 맡은 셈. 관계자들은 봉사하겠다는 강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특화된 프로그램을 구성하겠냐는 것이다.     
　모 동장은 "프로그램을 구성해도 참여자가 10명 미만이면 지원이 어려워 폐강할 수 밖에 없다"며 "시 지원액을 늘리던가 수강료를 1만원으로 정해놓은 현행 조례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이 아니라 관 주도로 운영해야 한다?
　주민자치센터 조례를 보면 각계각층의 전문가를 위촉해 스스로 참여하도록 돼 있지만 현재 주민자치위원회는 지역유지, 시의원, 단체장 등으로 구성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민들 의견 방영에 둔감할 뿐아니라 일부 지역에서는 정치적으로 악용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원주시에 따르면 무실동 주민자치위원회만 교육, 언론, 문화체육, 사회복지, 종교, 경제 등 각 분야별로 구성돼 있다. 나머지 자치센터는 위원 중 전문가가 1~2명에 그치며 전문가전문분야 위원이 없는 지역도 2곳이다. 모 동장은 "주민자치위원 공고를 내면 신청하는 사람이 없다"며 "동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전문가도 없을 뿐더러 마음이 있어도 시간이 있겠냐"고 지적했다.
　이에 주민자치가 아닌 관 주도로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대두되고 있다. 차라리 전담인력을 배치해 프로그램 구성, 강사 섭외 등에 전문성을 갖추자는 것이다.

　▷동사무소를 벗어난 독립된 공간 마련돼야
　현재 주민자치위원회가 구성된 읍면동은 13군데로 센터가 설치돼 있지 않은 7개 지역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6개 센터의 운영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원주시 관계자는 "아직까지 설치 의사를 밝힌 곳은 없지만 의사를 밝히는 지역이 있다면 검토를 거쳐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운영되고 있는 지역의 센터 관계자, 동장들은 지금처럼 운영된다면 차라리 설치 안하니만 못하다고 말한다.
　한 동장은 "잘못된 정책에 의해 생긴 주민자치센터이니 없어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장만복 시의원은 "지금처럼 읍면동사무소에 셋방 살듯 운영돼서는 안된다"면서 "독립된 건물이 있어야 하고 관변단체장들이 위원으로 참여해 전문성이 떨어지는 일이 발생해서도 안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