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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가슴에 새겨진 원주를 사랑한 대통령 |
| 고 최규하 전 대통령과 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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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노환으로 서거한 최규하 전 대통령의 국민장 영결식 및 안장식이 지난 26일 경복궁과 국립대전 현충원에서 엄수됐다. 이날 영길식에는 노무현 대통령 내외와 전두환·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등 국내 정·관계 주요인사와 외교사절, 시민 등 2천여명이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영결식 후 최 전 대통령은 부인 홍기 여사와 함께 국가원수 묘역에 영원히 잠들었다.
"고향을 무척이나 사랑하셨다"
최 전 대통령은 원주출신으로 고향을 무척이나 사랑했다. 역사적 평가를 차치하고서라도 최 전 대통령이 원주시민들에게 가슴깊이 다가오는 이유이다.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원주시청 대회의실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김기열 시장을 비롯한 원주 각계인사들이 참배했으며 원주초등학교에 마련된 분향소에도 이문희 교육장을 비롯한 교육계 인사와 일반 시민들이 참배했다.
최 전 대통령은 1919년 평원동 25번지에서 출생, 21년부터 32년 4월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현 경기고 전신)에 입학하기 전까지 원주 보통학교(현재 원주초등학교)를 다니며 봉산동 836번지에 살았다. 현재 시립박물관 옆 전통한옥 자리가 최 전 대통령이 살았던 곳이다.
원주에서 생활한 시간은 그리 길지않지만 최 전 대통령은 원주를 잊지 않고 평생을 살았다. 모교인 원주초등학교에는 최 전 대통령이 얼마만큼 원주를 사랑했는가를 알 수 있는 흔적들이 남아 있다. 특히 모교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다.
도서관 신축을 위해 금일봉을 전달하고 편집도 직접 써 보냈는데 끝에는 항상 '원주보통학교 졸업생 최규하'라고 썼다.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을 모교 앞에서 한 없이 낮춘 것이다. 96년 기증한 연설문집에도 릫증 원주모교, 졸업생 최규하릮라고 썼다. 국무총리 시절인 77년 6월, 원주초등학교 70주년 기념탑에 "내 몸과 마을을 기르고 닦음은 나라 육성의 바탕이요 나라를 위해 일함은 곧 내가 잘 될 있는 길이다"라고 쓰며 릫교육입국릮의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최흥순 최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고향을 무척이나 사랑하셨다"며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집에 국무총리 등 정·관계 인사들이 찾아오면 낙후된 강원도와 원주 발전을 위해 신경 써 달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또 "국무총리 시절부터 원주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아 아마도 어른신의 원주사랑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40년간 연탄으로 온기 지핀 청백리
국무총리 시절인 78년 1월 장성탄광 막장에서 고생하는 광부들을 보고 "끝까지 연탄을 때겠다"고 결심, 40년 간 연탄으로만 생활한 일화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달력을 잘라서 메모지로 쓰도록 비서관들에게 권할 정도로 최 전 대통령은 청백리였다.
최 전 대통령은 28세가 되던 46년 중앙식량 행정처 기획과장을 시작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6.25 전쟁이 진행되던 51년에도 무역진흥을 위한 UN 아시아극동 경제위원회(ECAFE) 수석대표를 맡아 활동했으며 57년에는 제19차 국제적십자사 회의 정부대표로 참석하기도 했다. 67년부터 71년까지 제14대 외무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75년까지는 대통령 외교담당 특별보좌관 역을 수행했다. 76년부터 79년까지 국무총리를 수행하다 79년 10월 26일 당시 박정희 대통령 사망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역임하다 제10대 대통령으로 선출, 79년 12월 6일부터 대통령직을 수행했다. 그후 8개월여만인 80년 8월 16일 "민주국가의 평화적인 정권이양에 있어서는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국익우선의 국가적 견지에서 임기 전에라도 스스로의 판단과 결심으로 합헌적인 절차에 따라 정부를 승계권자에게 이양하는 것도 확실한 정치발전을 하나라고 생각합니다"라는 성명을 남기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어떤 판단하에 대통령직을 물러섰는지 그 누구도 알 수 없고 평가하기도 힘들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 공직자로서 선비정신을 갖고 헌신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남아있다.
각계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한 움직임
최흥순 비서실장은 "연세대에서는 역대 대통령 기념 공간에 전시할 유품을 요청했고, 정부기록보존소에서는 재직시절 관련된 문서를 넘겨받기를 원하고 있고, 강릉 최씨 대종회는 시조 사당 옆에 기념관을 건립하겠다며 어른의 유품을 요청했다"며 "그러나 아직까지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최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엇갈리고 있지만 우리나라 외교의 발판을 다지고 경제발전에 헌신한 청빈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만큼 고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원주출신이고 원주가 배출한 큰 인물인 만큼 원주에서 기념사업을 하는 게 올바르다는 의견이다.
심상기 최규하 전 대통령기념사업회장은 "생전에 기념사업회가 소장품을 인수받기로 하고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다른 지역이나 단체에서 유품을 받아 기념사업을 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영면하신만큼 유품을 넘겨받아 기념관을 건립하고 생가 복원도 추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원주가 낳은 대통령으로서 행적과 뜻이 후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하는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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