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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과 비판정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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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1월 01일 (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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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오종 (한라대 경제통상학부교수)
얼마 전 금년 노벨상 수상자 명단이 차례차례 발표되었다. 그러나 금년에도 한국인의 수상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향후 노벨상 수상자가 다수 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수상 가능성이 있는 인물들에게 파격적인 후원 조치를 마련한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 조치만으로 가능할까. 또 다른 것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미국 시카고 대학(University of Chicago)의 경우를 살펴 보는 것이 참고가 되겠다. 이 사립대학은 거부 록펠러가 엄청난 열정과 재원을 쏟아 부어 키웠지만 역사는 백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다.
영국의 옥스포드나 캠브리지, 미국의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등의 수백년 역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어 ‘노벨상 공장’이라고까지 불리고 있다.
금년에도 이 대학 졸업생 두 사람이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얼마 전 다른 대학으로 옮겨간 전직 교수 한 사람이 경제학상을 수상하였다. 지금까지 이 학교를 거쳐간 학생, 전직 교수, 현직 교수로서 노벨상을 수상한 사람은 78명에 달한다. (물리학 26명, 경제학 23명, 화학 15명, 의학 11명, 문학 3명) 박사과정 기간과 연구년을 합쳐 10년 세월을 시카고 대학에서 보내고 있는 필자는 나름대로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은 이 대학의 독특한 학풍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첫째 창의력을 특별히 중시하는 학풍이다. 타 명문 대학과는 달리 지금 당장은 각광을 받지 못하고 있더라도 남다른 생각을 하는 인물, 뛰어난 창의력을 갖춘 인재를 찾고 키우는데 힘을 쏟는다. 노벨상은 오솔길을 불도저로 밀어 고속도로로 바꾼 인물에게 보다는 전인미답의 땅에 오솔길을 낸 인물에게 주어지니 더 유리해지는 셈이다.
둘째, 건전한 비판 정신을 존중하는 학풍이다. 기성의 권위, 공인되어 온 가설도 미심쩍으면 언제든지 비판대에 설 수밖에 없다. 노벨상 수상 교수가 논문을 발표해도 박수 한 번 쳐주지 않는 살벌한 전통도 이런 학풍과 무관하지 않다. 한번은 MIT 경제학과 교수가 시카고 대학 경제학과 세미나에 와서 논문을 발표하였다. 앞으로 노벨상 수상이 유력시 되는 시카고 대학 교수 한 사람이 오류를 조목조목 지적하였는데, 상대방이 끝내 잘못을 수긍하지 않자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무안해진 발표자는 얼마간 발표를 계속하였지만 감정이 가라앉지 않아 발표를 중도에 포기하였다. 설혹 잘못을 범했다 하더라도 발표자는 엄연히 귀한 손님인데 저렇게까지 할 수 있나 싶었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진리에 관한 한, 한 치의 양보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건전한 비판 정신이 노벨상 수상자를 길러내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였다고 믿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이렇게 창의력을 중시하고 건전한 비판 정신을 함양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한 가지 유념할 것은 창의력과 건전한 비판 정신은 일부 학계 인사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보통 사람 모두에게도 요구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에서 무한 경쟁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자연자원이 부족한 핸디캡을 인적자원으로 메워나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 보통 사람들이 생각 없이 수동적으로 일을 해서야 어떻게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겠는가.
회의나 토론 과정에서 비생산적인 험담이나 말꼬리 잡기로 시간을 보낸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세상을 제대로 보고 이에 대응할 참신한 아이디어를 짜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비판을 위한 비판은 당연히 물리치는 한편, 건전한 비판은 존중해 주고 수용하는 풍토를 조성해가는 일도 시급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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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오종(한라대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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