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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오<상지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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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가격과 질(사람) 혹은 회사(정당)
평소 있는 듯 없는 듯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정치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최근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민간 기업을 비롯한 한국의 민간부문들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데 비해 한국의 정치는 발전하기는커녕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3월 들어서면서 우리는 너나할 것 없이 너무나도 많은 정치 공해에 시달려 왔기 때문에 여기서 또 다시 이 문제로 스트레스를 가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여기서는 정치 세계에 경제원리를 활용하면 어떤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마음에서 출발하고자 한다.
우선, 경제의 세계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의 사적 이득을 추구하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인도되어 결과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이롭게 되는데 비해, 정치의 세계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설혹, 작동한다 하더라도 이처럼 커다란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물음에 대해 우선적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경제 시장과 정치 시장의 경쟁 방식의 차이에 근본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의 주식시장을 보면 외국인의 투자 여부가 국내 주식시장을 좌우하고 있다. 경제의 세계에서는 기본적으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무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데 비해 유독 정치의 세계만은 철저히 국내시장으로 그 경쟁이 한정되어 있다.
만약 정치 시장도 개방되면 국산품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일까? 설혹 정치시장이 개방된다 하더라도 정부가 서둘러 수입관세조치를 취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정치 시장의 소비자들은 대부분 자국의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수입품과 국산품이 경쟁이 되지 않는다. 다만, 그 가능성은 많지 않지만 먼 훗날 한국어가 세계를 제패하는 날이 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아무래도 첫 번째 이야기는 희망적이지 못하다. 또, 너무 장기적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가운데서 뭔가를 찾아야만 한다. 정치시장의 소비자들이 국산품만을 대상으로 선택하는 경우에도 문제는 남는다. 그것은 인물(상품 가격과 질)을 보고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상품을 만들어 내는 회사(정당)를 보고 선택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경제가 발전하기 이전에는 사람들의 구매 경향은 값싸고 좋은 물건을 찾는 것이었지만 경제가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단순히 값싼 물건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상품이 갖고 있는 상징성은 물론이고 상품을 생산해 낸 기업의 환경의식과 문화의식’등을 감안하여 구매한다. 이제 소비자들은 상품의 브랜드를 소비한다. 베네통, 구치, 샤넬 등등. 사람들은 왜, 명품을 갖고 싶어 할까? 미국의 정치 시장에는 민주당, 공화당이라는 브랜드가 있는데, 우리의 경우에는 브랜드를 가진 정당이 왜 없을까?
정치 시장과 경제 시장에서의 선택이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경제 시장에서는 기업의 성과에 따라 언제라도 보상이 뒤따르지만 정치의 세계에는 일정한 기간(4년, 5년)이 경과해야만 심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치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번 17대 국회의원 쇼핑에 참가하는 소비자들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국산품의 가격과 질만을 고려할 것인가? 아니면, 회사의 브랜드만을 고려할 것인가? 아니면 함께 고려할 것인가? 우리의 합리적인 선택만이 향후의 정치 공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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