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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의 문화비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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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오<상지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필자는 지난 목요일(19일)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마로니에 미술관에서 개최된 ‘참여정부의 문화 비전’ 수립을 위한 공개 워크숍에 토론자로 참여하였다. 정부의 문화비전은 역대 정부의 단골 메뉴였지만, 이번에는 문화관광부 산하에 있는 모든 연구 단체들이 참여하여 ‘시안’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일정한 차별성을 갖는다.
시안이 담고 있는 문화 비전은 ‘모든 국민이 인간답게 사는 문화한국, 즉 자유롭고 여유 있는 문화사회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급조된 졸속 문화에서 축적의 문화로, 부정의 문화에서 대화의 문화로, 수직적 문화에서 수평적 문화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 문화 비전에 담겨 있는 기본 정신이다. 이어서, 시안에서는 3대 추진 목표(창의적인 문화시민의 양성, 더불어 사는 문화사회로의 전환, 역동적인 문화국가의 실현), 5대 기본 방향(삶의 질 제고를 위한 문화 참여 확대, 문화정체성과 창조 역량 제고, 문화를 국가발전의 신성장동력화, 국가균형발전의 문화적 토대 구축, 평화와 번영을 위한 문화교류의 증진), 24대 추진과제 등을 제시하고 있다.
다소 복잡하게 얽혀 있는 동 시안을 필자 나름대로 정리해 보면, 모든 국민이 인간답게 사는 문화한국이란 결국 창의적인 문화시민을 양성함으로써 문화사회, 나아가서 문화국가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4가지 과제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시안 가운데 특히 흥미를 끄는 것은 국가균형발전의 문화적 토대 구축이다. 이 분야는 필자가 토론자로 참여한 분야이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참여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분권과 균형이라는 국정 철학과 밀접한 관련성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내세우고 있는 기본 정신은 지금까지 수도권 집중으로 야기된 전국적인 불균형 해소를 위해 지역문화의 전국적 균형발전을 위한 종합적인 설계도 및 관리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역의 문화예술인과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지역의 문화예술정책을 주관할 지역문화예술위원회 및 지역문화재단 설립의 활성화. 특정 문화산업(영상산업)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는 중복투자와 낭비를 해소하고, 문화산업, 스포츠산업, 관광산업 전반에 걸친 균형 있는 발전을 모색. 지역의 인구, 경제, 지리적 특성이나 문화적 전통에 걸 맞는 지역별, 권역별 특성화 정책 추진, 전국적으로 문화체육기반시설의 의무 설립기준을 세우고 부족한 지역부터 중앙정부에서 지원하여 지역간 불균형 해소. 지역의 문화기반시설과 지역대학 간 예학협동체계의 구축을 지원하여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전문인력 부족을 해소한다는 것이 등이 제시되어 있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참여정부의 문화 비전 시안을 바라보면 비전의 시각에서는 진일보했지만 전체적인 일관성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제한된 시간 속에 지나치게 많은 일을 추진하고자 한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러한 결과는 예술과 문화산업 분야뿐만 아니라 체육과 청소년 분야까지 포괄하고자 하는 새로운 기획의도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것은 창의적 문화시민의 양성이라는 목표와 기타 과제들 간에 뚜렷한 연결고리가 부족하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인간의 창조성이란 무엇인지, 창조성을 제고하는 환경이란, 그리고 지역의 창조성이란 무엇인지, 지역의 창조성을 제고하는 환경이란? 등등. 참여정부의 문화비전은 많은 점에서 이러한 물음에 답하고자 했지만, 그 결과는 시작에 불과하다. 인간의 창조성을 이끌어내는 데에도, 창의적인 인간이 되는 데에도 일정한 시간과 환경이 필수적이다. 조급하지 말고 토대를 다지는 데 집중해야만 한다. 이것이 문화비전 워크숍에 참가하고 난 이후 필자가 내린 결론이다. <임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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