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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잣집 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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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오종<한라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가끔씩, “요즘은 부잣집 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주위를 둘러보면 정말 그런 것도 같다. 전에는 가난한 집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막노동꾼 출신 서울대 수석 합격자가 ‘공부가 가장 쉬었어요’라는 책을 써서 큰 감동을 안겨 주기도 했는데….
과연 부잣집 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 할까? 지난 주 서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이 발표한 ‘누가 서울대학교에 들어오는가?’라는 장문의 보고서가 이 질문에 대해 의미 있는 답을 주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고교평준화 정책이 도입된 지 30년을 맞는 지금까지 그간의 교육정책 변화가 저소득층 자녀의 서울대학교 입학가능성을 높였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
오히려 고소득층 자녀의 서울대 입학비율이 비(非)고소득층 자녀에 비해 17배나 높다는 기막힌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교육이 신분 상승과 계층간 이동에 미쳐 왔던 그간의 영향력을 감안해 볼 때, 매스컴을 통해 이 연구 결과를 접하며 비고소득층이 느끼고 있는 허탈감과 배신감을 헤아리기 어렵지 않다.
어쩌다가 이러한 참담한 현실에 부딪히게 되었는가. 보고서는 다음의 두 가지 이유를 지적하고 있다. 첫째, 고교 평준화로 인해 학교에서 학생 수준에 맞는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천차만별의 학생이 한 교실에 뒤섞여 있으니 선생님들은 어정쩡하게 중간 수준에 맞추어 강의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우수한 학생들은 수업시간이 따분해지며 뒤떨어진 학생들은 강의를 제대로 따라가기 어려워진다.
그 결과 공교육은 날이 갈수록 무기력해지고 사교육은 갈수록 기승을 부리게 된다. 학교 선생님이 학생들을 체벌하면 학부모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대들지만, 학원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매를 대면 학생들을 끔찍이 사랑하는 결과라며 오히려 고마워한다는 우스개가 현실이 되고 있지 아니한가.
둘째로, 쉬운 입시 문제의 출제가 저소득층에 유리하기보다 사교육으로 무장한 부유층 학생들에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과외나 학원 학습은 범재를 천재로 만들 수는 없지만 선행학습과 반복학습을 통해 범재들이 사소한 실수도 범하지 않도록 훈련시키는 데는 놀라운 효과를 드러낸다.
원주시에서도 오래 전부터 고교평준화에 대한 뜨거운 논쟁이 불거져 왔으며 때로는 찬반 양측의 날카로운 대립과 충돌이 큰 파장을 몰고 오기도 하였다.
이러한 현실에서 만시지탄이 있지만 서울대 교수들이 본격적인 실증분석 연구한 결과를 참고할 수 있게 되어 크게 다행스럽다. 물론 서울대 입학생, 그 중에서도 사회과학대학의 입학생만을 표본으로 삼았기에 연구결과가 서울대 전체 또는 전 대학의 사례를 대표할 수는 없다는 한계는 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차지하는 서울대의 위상을 감안할 때 연구결과의 정책적 함의를 숙고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
앞으로 고교평준화를 둘러싸고 찬반 양측이 토론할 때는 공허한 교육철학이나 정치적 이해에 집착하여 자신의 주장을 강변하는 자세를 지양해야만 한다.
어디까지나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자료와 객관적 분석에 근거하여 생산적 논쟁을 통해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도록 양측이 힘껏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유사한 연구가 계속 이어져서 보다 정밀한 정책적 함의가 걸러질 수 있도록, 교육관련 기관이나 정부 역시 그동안 꺼려왔던 입시 관련 자료의 공개를 과감하게 허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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