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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진입의 문턱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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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오종
한라대 교수
지난 세밑 발표된 한국은행의 ‘성장전략의 전환 필요성의 정책과 과제’라는 보고서는 새해 벽두에도 다시 한번 곱씹어 보아야 할 경고를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은 지난 80년대까지는 선진국들과의 기술격차를 상당히 좁혔으나 90년대 이후 10여년 동안 생산성이 정체되어 있다.
지금 우리나라 기업들의 기술 수준은 미국과 비교해서는 50%, 영국, 프랑스, 싱가포르, 홍콩에 비해서는 60%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행은, 물가에 부담을 주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최대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잠재 성장률이 처음으로 5% 밑으로 떨어져 4.8%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새로운 성장 엔진을 찾아내지 못하고 노사갈등 등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잠재 성장률이 연평균 3.9%로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필자가 시카고대학에 유학하고 있던 8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루카스 교수님을 비롯한 여러 교수님들이 경제성장에 관하여 강의할 때면 언제나 한국을 경제성장의 모범국가로 소개하여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학생들 사이에서 얼마나 가슴 뿌듯하였던지…. 노벨 경제학상 수상에 빛나는 여러 교수님들은 1960년대 이후 30년 긴 세월 동안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줄이며 고도성장을 거듭하고 있던 한국 경제를 한결같이 높이 평가하였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불과 10여년이 경과한 지금, 한국 경제는 선진국 진입의 문턱에서 비틀거리고 있고 훗날 경제성장의 성공 모델이기보다는 타산지석의 전형으로 몰락할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해 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그 중 중요한 한가지로 성장전략의 혼선을 들지 않을 수 없다. 경제 발전 초기 단계에서는 선진국의 기술 모방과 노동과 자본 같은 경제 투입요소의 양적 확대만으로도 빠른 경제성장이 가능한 법이다.
그러나 경제발전이 어느 정도 진전된 상황에서도 초기의 성장전략을 답습할 경우 기술정체의 함정에 빠져서 경제는 속 빈 강정이 되기 쉽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설비투자비의 70%를 일본의 제조장비업체에 바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웅변해 주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무엇보다 성장전략을 자체적 기술혁신 중심으로 일대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정부도 기업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말만큼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기업이 기존의 성공 패러다임을 벗어 던지면서 기술혁신에 따르는 불확실성과 비용을 감수하기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기업들이 자체적 기술혁신을 유리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제반 여건과 모티브를 제공하는데 힘쓸 일이다.
기업은 선진국 기업들은 앞서가고 중국과 같은 개발도상국 기업들이 무섭게 쫓아오는 세계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체적 기술개발만이 살길임을 재인식하고 이에 매진하여야 할 것이다.
근로자들도 생산성 향상만이 자신과 자신의 직장을 지키는 첩경임을 명심하고 창의적인 기술개발에 기업가와 호흡을 맞추어야 하겠다.
새해에는 정부 관료, 기업가, 근로자가 혼연일체가 되어 자체적 기술혁신에 매진함으로써 우리나라를 선진국에 진입시키는 데 필요한 굳건한 기초를 쌓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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