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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는 아직도 변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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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종진
언론인
원주는 아직도 변방?
일부 지구촌 유명 도시와 나라들엔 그 성가에 걸맞는 상징어가 있어 더욱 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의 경우 metlting pot나 American dream으로 대표되고, 뉴욕은 평화의 여신, wall street 파리는 문화·예술, 영국은 안개와 신사의 나라, 독일은 이지적인 과학의 나라 등이 그런 것들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나라는 「빨리빨리」에다 요즈음 같아선 전투적 노조와 부정부패가 판을 치는 나라로 두 개 정도 더 늘어났고, 북한은 아마도 베일에 싸인 나라에서 핵 공갈 국으로 이미지가 바뀌었을 것 같다. 지구촌 화를 향해 달려가는 세계적 추세에 비춰볼 때 어느 나라, 민족도 상징어 족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 같다.
상징어의 내용에 따라서는 요즈음 흔히 국제 경제에서 들먹이는 국가 신인도 판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볼 때 긍정적 상징어 부여는 전 국가적 관심사항이 될만하다.
우리 강원도 도시만 해도 도토리 키재기 같은 작은 규모들이지만 저마다 특색 있는 상징어와 표현들을 갖고 있다. 춘천하면 물의 도시로, 강릉은 유교적 전통이 살아 숨쉬는 문향에다 단오제의 도시로, 태백은 석탄과 함께 검은색의 고원도시로 각각 이미지를 발산하고 있고 속초는 함경도 아바이 마을로 인해 실향민들의 한을 대변하는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면 우리 원주의 상징성은 무엇으로 설명 될 수 있을까? 원주에 사는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못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옛 선인들과 문헌들에 소개된 원주관(觀)을 살펴보자.
강원 관찰사 성현은 허백당집 3권 「강릉 원주 풍속기」에서 “원주인은 아이를 낳으면 먼저 곡식을 주어 그것의 귀중함을 가르치고, 대단치 않은 물건도 아끼기를 천금같이 하며 부지런하게 일하고 절약하는 사람을 용납하고 일없이 건들거리는 자는 마을에서 대접치 않는다”고 기술했다.
또 동국여지승람 원주 목에선 원주인의 기질을 상축적(尙蓄積)-저축하기를 좋아함으로 소개했고 조선조 학자 서거정은 근검절약, 물산풍부, 가뭄과 홍수에도 영향받지 않는 곳으로 원주를 평가했다. 이상에서 보듯이 옛 원주는 근검절약하고 이재에 밝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살기 좋은 땅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음에도 현대에 들어 와선 이렇다 할 상징어를 가지고 있지 못해 안타깝다.
불원간 인구 30만 명을 돌파하는 강원도 제일 도시로의 원주 발전에 너 나 할 것 없이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데 대해 굳이 탓할 마음은 없다. 그러나 원주의 이미지를 어떻게 대외에 표출하는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치악산, 고속도로 교차 접합지, 군사도시 등 자연환경이나 지리적 조건만으로 원주를 상징화시키려는 자세에서 벗어나 원주의 역사와 전통문화 그리고 미래가 농축된 새로운 이미지 구축 작업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고려 조선시대 역향으로 두차례나 원주가 현으로 강등된 역사적 사실과 70년대 유신독재 시대의 민주 항쟁들을 들어 원주를 반골, 반체제, 저항적 도시로 이미지화 할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론 500년 강원도 수부로서의 감영문화를 내세워 원주를 형상화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떻든 단순히 치악산이나 울거먹고 한국의 변방 같은 이미지 부여에 무비판적으로 안주하는 모습은 이제 버려야 할 것 같다.
이 기회에 원주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려는 공론이 각계 각층에서 불길처럼 일어나 내·외인들에게 확실하게 다가 갈 수 있는 대표적 상징어를 우리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원주를 소개하는 상징어인 ‘보은의 도시’는 원주의 욱일 승천하는 기상을 담기엔 너무 부족한 그릇으로 느껴진다.
원주의 정체성 수립 열기로 원주벌이 온통 뜨겁게 달궈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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