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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라’/손종진 언론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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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보면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으라’는 예수의 말씀이 있다. 낡은 가죽부대는 탄력성이 약하므로 발효력이 강한 새 술을 넣으면 감당치 못하고 터져 버려 새 가죽 부대에 보관해야 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고, 신학적으론 유대교의 형식주의적 외식과 종교 체제로서는 생명력이 넘치는 그리스도 복음의 정신을 담지 못함을 가르쳐 주고 있다.
뜻이 좋아서 인지 이 문구는 기독교인 뿐 아니라 비기독교인들 사이에서도 즐겨 인용하는데 정치 사회적 전환점이나 변혁기에 구호나 표어로 자주 쓰이고 있어 우리와는 매우 익숙하다.
글 벽두부터 무슨 성경 타령이야 하며 의아해 하시는 분도 있으시겠지만 우리 원주시가 처한 현실과 미래가 이와 흡사한 방향으로 가고 있어 이를 환기코자 화두로 삼아봤다. 보도에 따르면 원주시 인구가 지난 8월말 기준으로 28만 명을 돌파했고 이런 추세라면 2천 20년에 인구 50만 돌파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특히 최근 들어 전경련의 신 기업 도시 육성, 정부 및 투자기관의 지방 이전 계획 등에서 원주시가 유력한 후보 도시로 거명되고 있어 원주시의 급성장을 더욱 밝게 해주고 있다. 오래 전에 어떤 지역 출신 정치인이 ‘원주는 굳이 발전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잘돼 갈 것’이라며 영동, 중앙고속도로 십자 점의 지정학적 위치를 요인으로 꼽던 일이 생각난다. 그의 예측처럼 원주는 지금 모든 면에서 잘돼가 중부 거점 도시로서의 비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원주의 오늘을 이룩하고 화려한 미래상을 자신하기까지엔 지정학적 이점 뿐 아니라 민 관의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라는 화두를 걸고 양적, 물적 성장에 따른 여러 문제들에 대해 한번쯤 짚어볼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도시 비대화로 파생되는 사회적 문제는 도시 슬럼화 현상, 빈부격차, 환경 및 공해문제, 노인 청소년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의식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몸은 어른인데 어린이 복장을 하고 있는 것처럼 주민의식이 함께 성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신 도시적 인간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해선 이에 걸 맞는 새로운 공동체나 도시문화를 개발해야 되는데 이를 이루자면 주민의식의 성숙이 먼저 진행되어야 한다.
도시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어 도시 생활의 익명성이 자리잡기 쉬워지며 이로 인해 무정부적 환경도 배제하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도시 문화에 걸맞는 주민의식, 정신문화의 개발이 양적 성장에 못지 않게 매우 중요함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인구 증가 등 도시발전에 쏟은 만큼 이런 문제들에 대해 얼마나 고민해 왔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겠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갑작스런 산업화로 인한 부작용과 후유증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멀리서 사례를 찾을 것도 없다. 60,70년대 우리나라 개발 드라이브 정책이 경제 부흥은 이뤘지만 산업화에 따른 부작용 등을 외면한 채 추진되어 지금 우리가 얼마나 많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지는 재론할 여지가 없다. 우리 원주도 강 건너 불 보듯 하지 말고 도시성장과 삶의 질 향상을 같은 맥락에서 추진 미리 싹을 잘라내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해야 겠다. 성장에 걸 맞는 의식 수준의 성숙은 당장 모두가 관심을 갖고 추진해야 할 시급한 현안이다. 작은 옷에 안주했던 의식 수준을 큰 옷에 맞도록 바꾸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면 이를 누가 할 것인가.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는 ‘새로운 도시 문명은 정부도, 기업도 제공할 수 없으며 그것은 비정부기관(NGO) 비기업(NBO) 비영리 단체(NPO)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약육강식의 혼란스런 정글의 법칙이 횡행하는 인구 50만 명의 원주를 만들 것인가, 아니면 사랑과 평화 정의가 살아 역동하는 정체성 확실한 원주를 이룩할 것인가. 신 도시문명 창출과 정착을 위해 시민 단체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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