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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자본주의의 경연장, 강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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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0월 13일 (월) |
임상오 상지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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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서울에서 집안 일로 가까운 친지들이 모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당일 역시 최대의 이야기 거리는 강남의 부동산 가격의 폭등에 관한 것이었다. 그 가운데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대략 다음과 같다.
지난 달 모 회사 고위간부의 부부가 함께 부동산소개업소에서 시가 8억 원에 달하는 강남의 한 아파트를 계약했다고 한다. 통상적인 계약의 경우에는 시가의 10%에 달하는 8천 만원을 계약금으로 내는 것이 관례이지만 이 날은 대략 4천 만원으로 계약이 성사되었다고 한다. 계약을 한지, 채 한 주가 되지 않아 아침 일찍 원래 집주인으로부터 계약을 파기하자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이 간부는 2주 사이에 4천만 원에 달하는 공돈(?)을 벌 수 있게된 것이 기쁜 나머지, 그러면 위약금과 함께 계약금의 두 배에 달하는 돈을 마련해 주면 계약을 무효화하겠다는 이야기를 한 다음, 주인의 사정을 들어보았다. 8억에 달하는 집 값이 일주일 사이에 10억이 넘어섰다는 것이다.
도대체 강남의 집 값은 왜 천정부지로 뛰는 것일까?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제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일까? 특히, 대통령의 강력한 부동산 투기 근절 의지는 뜻대로 될 것인가? 현재의 재산세를 10배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정부의 발표를 믿어도 될까? 이처럼 부동산과 관련된 의문은 끝없다. 경제적인 지식을 활용할 때 강남의 집 값 상승은 근본적으로 강남의 주택에 대한 초과수요에서 비롯된다.
초과수요가 존재하는 시장에서는 가격이 상승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시장의 기본논리다. 따라서, 시장에서 초과수요에 따른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공급을 늘리든지 수요를 억제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기본적으로 수요를 억제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면, 왜 사람들은 강남의 주택을 선호할까? 일단, 재화로서의 주택은 두 가지 성격을 갖는다. 하나는 주거공간이고, 다른 하나는 재산증식수단이다. 그런데, 강남의 주택은 여기에 몇 가지 기능이 추가된다. 그것은 명문대학으로 통하는 질 좋은 사교육 인프라가 잘 정비되어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강남이 매력을 갖게 하는 것은 과거의 명문고교와 출신 지역(대구, 부산, 광주 등)이 이제는 강남 출신이냐 아니냐에 따라 명문대학을 진학하고 난 이후에도 자타를 구분하는 일종의 차별화 기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돈 있고, 능력 있는 사람이라면 왜 강남에서 살고 싶지 않겠는가? 자신의 이기심에 따라 행동하는 수요자의 행동을 정부가 세무조사 등의 방법으로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은 너무도 많은 사회적 비용을 수반한다. 오히려 부동산 담보 대출 금리의 조절이 보다 효과적이다. 그러나, 이 또한 타이밍을 놓쳤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은 여타 지역들도 살만하고,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으로 정책을 모아야만 한다. 최근 판교 신도시 건설에서 보여지는 건설교통부와 교육부의 정책적 비 협조는 정부가 도대체 부동산 투기 대책에 관심을 갖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공급을 확대하는 쪽에 무게 중심을 두어야만 한다. 정부가 재산세 인상으로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식의 의지표명은 정책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방세인 재산세의 급격한 인상은 지역주민의 커다란 민원의 대상이기 때문에 지방의원들은 대단히 미온적일 수밖에 없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중형 자동차세보다 강남의 재산세가 낮은 상태에서 재산세 인상을 통해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발상을 해서는 안 된다.
강남의 집 값 폭등에 따른 부의 이전은 수많은 중ㆍ소득계층들의 호주머니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달아야만 한다.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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