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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죽이기와 튀는 장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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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오종
한라대 교수
경험없는 일 잘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
실패 두려워 하면 발전 없어
최근 친구의 소개로 책 한 권을 읽었다. ‘닭을 죽이지 마라’라는 색다른 이름을 지닌 이 책은 세계 굴지의 자동차 회사 ‘혼다’의 창시자 혼다 슈이치로씨를 모델로 쓴 경영 우화를 담고 있었다.
책이 얇아서 읽기에 부담이 없었고 아주 재미가 있으면서도 귀한 교훈을 일깨워 주고 있어서 학생들에게 일독을 권하기로 했다.
이 책에 담긴 기업과 사원의 창조성을 향상시키는 일곱가지 교훈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실패를 장려하라. 상품은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을 알라. 진실 앞에서는 공평하면서 평등하라. 시간을 소중히 하라. 창조는 아이디어 곱하기 정열. 뜨겁게 인간을 사랑하라.
이런 내용이라면 닭 죽이기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 같은데 왜 제목은 그렇게 달았을까? 실패를 장려하라는 첫번째 교훈과 관련이 있다. 혼다 슈이치로씨의 경영 철학에 따르면 경험 없는 일을 잘 못하는 것은 진짜 실패가 아니라는 것이다.
새로운 일에 대해 정말 진지하게 생각하고 노력했는데도 불구하고 잘 되지 않았을 경우 가혹한 질책을 받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패를 두려워 한 나머지 다음부터는 새로운 일을 시도조차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회사는 전혀 발전할 수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실패 장려와 닭 죽이기는 무슨 관련이 있는가? 닭은 잔혹한 동물이어서 무리 중의 한 마리가 조금 피를 흘리고 있으면 다 덤벼들어 그 상처 난 닭을 죽이기까지 한다.
그러므로 회의를 할 때 결코 닭 회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공무원이 설쳐야 나라가 산다’, ‘공무원은 좀 튀면 안되나요’라는 저서를 통해 ‘튀는 공무원론’을 피력해 온 최낙정 신임 해양수산부 장관이 여러가지 돌출 발언 때문에 화제의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그는 국무위원은 자기 부처의 업무만 아니라 국정 전반을 함께 의논하고 결정하는 자리라며 앞으로 해양수산부 업무뿐 아니라 다른 부처의 업무도 관심을 갖고 아이디어를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 참석한 국무회의에서 앞으로 국무회의에서 좌충우돌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타 부처 업무에 많이 간섭할 생각이니 양해 바란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최장관의 발언이 신선한 감동을 주는 것은 왜일까?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는 바람직한 회의 문화가 정착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소한 문제에 매달려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 회의. 자신의 일이나 자신이 속한 부서의 일에만 관심을 둘 뿐 다른 부서의 일은 별다른 관심을 둘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분위기의 회의. 아이디어의 진가를 따지기보다는 발언자의 지위에 따라 발언이 대접받는 회의. 우리 사회가 진일보하기 위해서는 이런 회의 문화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삼계탕을 비롯한 여러 닭고기 요리는 건강에 좋다니 기호에 따라 즐기는 것도 좋겠다.
그러나 우리 모두 최 장관과 같은 튀는 닭을 결코 죽이지는 말자.
유오종 한라대학교 경제통상학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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