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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답다’라는 뜻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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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한겨레신문사에서 “나의 여가”라는 코너에 원고 청탁을 받고 글을 쓴 적이 있었다. ‘일이 곧 여가’라는 글의 내용이었다. 이번 여름도 딱 그 격이다.
7월 26일 충남 서천에서 열린 자치분권전국연대 창립대회에 참석하고 그 다음날 바닷가에서 갯벌 체험을 가족들과 함께 했다. 그리고 8월 1일은 정선 화암약수터에서 열린 화암표현예술전에 참석하면서 그 동네에서 놀고 8월 2일은 동해 무릉계곡에서 열린 강원민족예술제와 동해민족예술제를 가족과 참여하고 그 다음날은 평창의 메밀꽃오페라학교에서 오페라 “도시의 삐에로”라는 작품을 보았다.
그리고 8월 5일은 대구로 내려가 지방분권과 문화정책심포지엄에 참석하고 그 다음날은 부산 기장군까지 내려가 볏짚장어구이를 먹고 왔다. 누가 보면 팔자 한 번 펴졌다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노는 것인지 일하는 것인지 도저히 구분이 안되니 말이다.
이보다 더 좋은 팔자가 어디 있겠는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산다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이 아닌가. 그러나 왜 이리 답답할까? 잘 먹고도 소화 안되는 기분 바로 그런 느낌이다. 지방마다 다양한 문화행사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 주인공은 그 지역주민들이 아니라 관광객이 대상이었다. 그 지역에 살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이 여름철 피서 온 외지인들 대상으로 판을 벌리고 의미를 부여하며 지역의 좋은 이미지를 줄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는 모습들이었다. 지역의 좋은 이미지와 구경거리를 제공할려는 그 뜻 이면에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표현의 대상이 없다는 절박감이 깔려 있기도 한 것이다.
지방마다 어려운 상황과 조건 속에서 열심히 작업하는 문화예술인들이 있었고 한결같이 그들은 그 지역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지역주민들과 삶의 내용과 방식을 놓고 함께 고민하기 보다는 수도권이나 대도시에서 내려온 사람들과 더불어 판을 벌리고 있는 것이었다.
주민의 삶이 바로 서지 않는 지역문화라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역문화는 바로 그 지역주민들의 공동체적 삶이자 희망이자 미래이기 때문이다. 그 지역 주민이 그 지역문화예술인들을 아끼고 격려해주지 않는 한 지역문화의 꽃은 피지 않는다. 지방분권의 핵심은 지방을 살리자는 뜻이다. 지방을 살리자는 것은 경제적으로 좋아져야된다는 의미다.
경제적으로 나아져야 한다는 것이 지역의 자존심까지 팔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고 그들이 돈을 뿌리고 가야 그 지역사람들이 먹고 살 것이다.
그러나 그 지역사람들이 사람답게 사는 모습이 더 중요한 것이다.
지역에서 산다는 자긍심이 그들의 언어와 몸짓에서 배어나와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지역이 바로 서는 것 아니겠는가. 지역문화는 바로 지역주민들이 주인으로서 바로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보여주기 위하여 연출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이 자연스럽게 연출되는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자연스러운 모습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예술이 아니겠는가.
옥수수나 복숭아 가판대처럼 기어나와 호객하는 지역문화가 아니길 진정 바란다.
산골까지 찾아 들어가 그들의 땀과 작업을 경건하게 바라보고 체험하며 감동을 받는 그런 지역문화의 현장이 그립다.
‘지역답다’라는 말이야말로 지방에서 사는 문화예술인들에게 가장 큰 자존심 아니겠는가. 정선에서 퍼포먼스를 보고 평창에서 오페라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무 때나 찾아갈 수 있는 문화현장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기 봉(강원민예총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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