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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쓸쓸한 지방대의 절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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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세 현 (상지영서대 문예창작과 교수)
신개념의 대학 설립해 낡은 대학들을 대체
대학간의 짝짓기 작업으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
요즘, 신문을 펼치면 눈 아프게 들어오는 광고가 있다. 대학들이 허겁지겁 싣고 있는 신입생 추가모집 광고가 그것이다. 그동안 호황을 누렸던 대학들이 이제 입학생 부족현상이라는 현실 앞에 발가벗은 채로 노출되고 있다. 상아탑이니 지성이니 학문적 권위니 하는 에피세트들이 자본의 논리 앞에 처참하게 고개를 숙이는 순간이다.
수도권대학과 일부 국립대학을 제외하면 이 난감한 현실을 비켜갈 뾰족한 방도가 있는 대학은 없어 보인다. 신입생 부족의 융단폭격을 맞고 있는 대학은 주로 지방소재 대학들이다. 지방대학의 경우, 2년제와 4년제 혹은 국립과 사립의 차별없이 대안없는 절망 앞에 섰다.
미달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이미지를 구기는 것이 두려워 추가모집을 하지 못하고 있는 대학까지 포함한다면 정원미달현상은 대한민국 거개의 대학을 뒤덮고 있는 두터운 우울이다. 이제와서 교육부의 정책을 탓하거나 준비부족을 탓하기에는 일이 너무 늦어 버렸다.
원주권만 해도 여러 개의 대학들이 있다. 인구 30만 남짓을 헤아리는 소도시에 대학들이 난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좌우지간, 그것은 대학을 설립한 주체들이 따져갈 일이지만 원주권역에 소재한 대학들 역시 이번 입시에서 예외없이 입학 정원의 상당수를 채우지 못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정원미달은 대학의 재정을 결정적으로 압박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수도권으로부터 흘러넘친 입학자원을 받아서 정원을 채우며 대학의 권위를 지탱해왔던 교육의 요순시대는 끝나버렸다. 때문에 수도권 자원을 유인할 수 있을 만큼 경쟁력 있는 대학과 학과를 보유하지 못한, 원주권에 있는 재래식 개념으로 조율된 대학들의 당황감은 크고 깊을 수밖에 없다. 죽느냐 사느냐, 이것이 오늘날 지방대학이 처한 결론이다. 고속도로 주변에다 커다란 광고판이나 세우는 것으로 난국을 타개하려는 아이디어는 너무 서글프다.
또 특성화니 대학종합평가 우수대학이니 하는 코믹한 문구들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기에는 역시 그 속내가 너무 훤히 읽힌 뒤다. 또, 신입생에게 승용차를 경품으로 준다든가 아니면 입학금을 깎아주는 식의 눈물겨운 전략은 그러나 그것뿐이다.
금년과 같은 입시상황이 향후 10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볼 때, 원주에서 살아남을 대학이 몇 개나 될지 의문스럽다. 그렇다면 이와같은 비관적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이 문제는 어차피 구식 사고에 발목잡혀 있는 대학들의 내부적 고민으로는 답이 찾아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즉설주왈, 하나는 신개념의 대학을 설립하여 낡은 대학들을 대체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학간의 짝짓기 작업으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앞의 주장에 기대자면 원주권에 3개 정도의 대학이 더 신설되어 사활의 풀리그전을 펼쳐야 할 것이고, 뒤의 주장을 살리자면 대학간의 영업적 마인드를 결합하려는 눈 밝은 하심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2년제와 2년제, 2년제와 4년제, 4년제와 4년제, 국립대와 사립대, 사립대와 사립대 간의 무차별적 합병의 과정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을 때, 대학은 정원미달증에 걸려 속절없이 타살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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