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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과 힘의 갈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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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선 경
한라대 인문사회과학부
미디어국문학전공교수
1960년대에서 70년대 새마을 운동 이후에서야 우리민족은 보릿고개를 처음으로 넘겼을 만큼 수천 년 이래로 가난한 삶을 살아왔다. 물론 신분사회에 따른 소득분배의 문제와 사문 위주의 사회적, 행정적 구조로 먹고사는 데 지장없는 계층도 있었지만, 소위 민중이란 대다수의 국민은 ‘보릿고개’를 두려워할 만큼, 기본적 의식주 생활마저 어려웠던 것이 우리의 역사이다. 아직도 홍수가 나면 집이나 도시마저 떠내려 갈 정도로, 기반구조가 안되어 있는 집과 건축물에서 사는 사람들이 대다수임을 생각할 적에 선진국으로 진입한다 말하지만 아직도 그 오랜 가난의 언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은 우리의 현실이다.
프랑스의 파리는 도시 전체의 건축물이 500년에서 300년이 된 구조물들로, 그 우아함과 고급스러움은 아직도 그 아름답기가 이를 데 없다. 이태리 로마나 피렌체, 베니스 등 도시들의 1천년된 예술적 건축물들의 호화로움과 웅장함은 천년의 자연재해와 홍수등에도 끄덕없이, 앞으로도 영원히 존재할 것처럼 견고하다. 그들은 500년전 1천년 전에도 그렇게 아름다운 저택에서, 건물에서 삶을 영위했음을 영상물이나 사진이 아니고서라도 그 실제의 모습으로도 충분히 짐작하게 해준다. 이 대목에서 우리나라는 어쩌면 앞으로도 오랫동안 ‘신흥’국가이고 ‘후발’선진국이란 닉네임을 가져갈 것으로 예견된다.
우리의 도시구조나 삶의 양태의 거개는 신흥국가인 미국과 매우 흡사하다. 1940년대 하와이 임시정부의 설립과 미국동포의 독립자금 지원과 미군주둔은 결정적으로 우리나라를 미국모델의 선진화를 진행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이후 대부분의 유학생은 미국행이었고, 이주와 무역은 미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미국이 아무리 많은 자원과 국력과 힘을 가진 국가로 성장하였다 하여도 유럽이 쌓아온 이성적, 지성적 금자탑과 예술적 문화, 문명은 북미대륙이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확연한 차이를 갖고있음을 이 두 문화권은 극명히 드러내고 있다. 그리이스, 로마 중심의 헬레니즘이 가꾸어 온, 인생의 절대 아름다움과 미를 추구하는 열정이나 학문을 숭상하는 이성중심의 철학적 사유방식은 그 어디의 문명이던 결코 따를 수 없는, 세계사의 주역이 되어왔다. 헬레니즘의 후예들이 가져온 이성과 지성을 기반으로 한 인생의 아름다움과 미를 추구하는 열정은 잘 생각해보면 우리 인간이 고등동물이게 하는, 인간을 ‘인간’이게끔 하는 궁극의 명제일 것이다.
신흥강대국인 우리의 미국이 ‘만행을 저지를 것’이 세계의 정의인 것인 마냥, 중동전쟁을 다시금 선포하고 나섰다.
10여 년전 부시의 아버지 전 부시대통령의 중동전에 이어, 작년의 4개월여에 걸친 융단폭격도 모자라, 올해에도 세계의 많은 국가들의 반대성명,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전쟁은 이미 카운트다운에 들어가 있다. 미국 현지의 신문들은 지난 한달간 북한관련 기사를 900여차례 실었고, ‘악의 축’국가 관련기사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 미국 정부는 현재 전쟁 전야의 분위기를 돋우는데 혈안하며, 자신들의 전쟁을 합리화하고 있으며, 동시에 이미 그들은 부대이동, 배치등 실전에 들어가 있다.
미국과의 긴밀한 협조가 근대에 있어왔고, 100만의 나성교포들을 포함한 미주 동포들이 있으며, 미국 유학출신의 많은 인재들이 우리나라의 지도계층에 두텁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 우리와 미국관계의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선진국’을 모델로 따라가는 후발문명국이라 한다면, 이쯤에서 우리는 미국 모델을 계속해서 따라가야할지, 선진문명의 또다른 축인 헬레니즘의 후예들과 동반해야할지, 거시적인 시야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 다시금 새롭게 인식하고, 그 역할모델을 선택해야만 할 시점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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