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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서 본 두 가지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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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세 현 상지영서대 언어예술과 교수
내 고향 강릉에서 본, 잊을 수 없는 풍경 두 가지.
여러분은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구간이 끝나고 강릉에 거의 진입할 즈음, 갑자기 평화로운 스카이 라인을 뚫고 치솟은 빌딩과 마주치게 될 것이다. 큰 고함처럼 허공에 떠오른 그것이 강릉시의 새로운 청사라는 걸 아는 순간 그걸 본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떻게 움직일까.
내 경우지만, 나로서는 밀려드는 놀람을 감출 길이 없었다. 새로 지은 시청사를 보면서 ‘과연 저게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의 행정서비스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크고 웅장한 위용의 건물이 꼭 필요한 것일까.
시민들은 저런 공역에 흔쾌히 동의하는 것일까. 혹시 민주주의에 의해 뽑힌 시장과 시의회 의원들 혹은 이와 얽힌 이해집단들의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조급히 지어진 것은 아닐까. 물론 당연히 그렇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거기에는 오로지 시민들을 위한 정의로운 자각들이 진지하게 반영되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인구 20만을 겨우 넘긴 도시를 관리할 시청사 치고는 어이없이 괴물스럽다. 쓸데없이 걱정하는 이유는 시청사가 훌륭하다고 시민들을 위한 행정서비스도 덩달아 만족스러워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시청사는 작고 낡았으되 시민들이 그곳에서 편안함과 만족감을 느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삐꺽이는 계단이면 어떻고 다소 비좁으면 어떤가.
괴물스런 시청사가 허기를 채우기 위해 우리집 노인네들 주머니를 들여다보는 것 같아 걱정된다. 누가 이렇게 조용한 도시의 물리적 환경을 파괴할 권리가 있단 말인가?
강릉에서 본 또하나의 풍경.
강릉에서 볼만한 것 가운데 하나가 경포 호수다. 바다와 이어져 있는 경포는 그 자연이 베풀어놓은 아름다움만으로도 시인묵객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일반 시민들은 물론이거니와 이곳을 지나가는 여행객들에게도 낯선 정서에 잠시 걸음을 멈추게 되는 곳이다.
그런데 이곳을 걷다보면 자신의 얼굴에 이른바 시라는 것을 새긴 돌들이 호수를 끼고 늘어선 풍경을 만나게 된다. 호숫가에다 이 고장과 관련 있는 시들을 새기고 시비(詩碑) 거리를 조성한 것이다.
내가 보기에 그것은 시의 행진이라기보다는 돌들의 행진에 불과하다.
그건 차라리 지하철역에 걸려서 먼지를 쓰고 있는 시액자들보다 보기에 더 민망한 풍경이다. 경포호수는 그것 자체로 하나의 시가 아니던가.
호수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보통사람들의 묻혀있는 시심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그 호수변에다 시비를 세운 일은 잘한 일이 아니다. 자연의 시에다 인공의 덧칠을 한 형국이 되었다. 두고두고 뜻있고 눈있는 이들의 질책과 분노를 사는 시비거리가 될 것이다.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호수를 가만히 내버려두어야 했다.
호수에 인공적인 것이 덧붙여지는 것을 최소화하도록 막고 보호하는 일이 행정의 역할이 아니던가. 시민의 세금을 그렇게 써야 옳다는 걸 나같은 무지랭이도 안다.
호수변에다 문화적 환경을 조성한답시고 일련의 돌덩이를 배치한 작업은 도대체 몇 급 공무원 수준에서 결정되는가.
참 쓰라린 민주주의.
나의 체온이 떠다니는 원주시에서는 시민도시답게 저 영너머 내 고향 강릉시에서 저질러진 두 가지 풍경 혹은 그와 유사하고도 딱스러운 참혹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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