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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죽음 앞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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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기 봉(원주생협 부이사장)
“죽음의 굿판을 집어쳐라!”라는 조선일보에 실은 시평으로 김지하 시인이 한 때 곤욕을 치른 적이 있었다. 시인은 생명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자 했던 뜻이 가뜩이나 힘들고 어렵게 난국을 돌파하던 민중진영의 인사들에겐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히는’ 아픔이었다.
지난해에 나름대로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 시인은 사과를 하였지만, 한 번 실연을 당한 상처는 쉽게 아물지 못하는가 보다. 아직도 김지하라는 이름을 꺼내면 그의 시를 읽고 역사에 눈을 떴던 사람들도 고개를 젓는다. 그만큼 우리는 죽음 앞에서 경건하고 엄숙해진다.
그 어떤 죽음이라도 죽는다는 것은 안타깝다. 그래서 사형제도를 반대하는지 모르겠다. 설령 남의 목숨을 빼앗은 사람일지라도 그에 대한 대가로 그 사람의 목숨을 요구하는 것은 또 다른 죄라는 인식일 게다. 대통령선거일 전날, 필자는 아끼던 후배를 잃었다. 학생운동을 하다가 옥고도 치르면서 나름대로 고생을 했던 놈이다. 그 놈은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자신의 한계를 죽음으로써 대신한 것이다.
그를 기억하는 우리는 모두 그의 죽음 앞에서 안타까워했다. 농민운동을 하겠다고 뛰어들어 힘들고 어렵게 활동하다가 결국 그가 택한 농민해방은 스스로의 목숨을 버리는 것이었다. 우리는 모두 그를 욕했다. 그것은 바로 살아있는 우리 모두에 대한 반성이자 자책이었다. 왜 좀 더 그놈에 대해서 관심을 안 가졌었던가? 왜 우린 좀 더 보수적인 집단에 들어가서 개혁을 해보겠다는 그놈의 처지에 대해서 고민을 함께 나누지 못했던가? 결국 그놈이 느꼈던 것은 사방의 벽이었을 게다.
목숨을 버림으로써 그 벽을 넘어가고 싶어했던 것일 게다.
신년초에 또 한 사람의 노동자가 목숨을 버렸다. 그는 노동운동의 대가로 자신의 전 재산인 월급이 차압당하는 고통을 느끼면서 서서히 죽어갔다. 노동이 생활의 즐거움을 주지 못할 때 이미 그 노동은 세상을 창조하는 힘으로서의 ‘역사의 수레바퀴’가 아니라 ‘노예의 삶’ 그 자체인 것이다. 노예로서 사느니 차라리 죽어서 자유인이 되고자 하는 이 땅의 악다구니들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소신일지도 모르겠다.
이 땅의 기득권자라 할 수 있는 재벌등의 자본가는 불안해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도 이 땅의 민중들은 희망없다라고 목숨을 버리고 있다. 10억을 벌던 사람이 1억을 버는 것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인가 보다. 그래서 신자유주의 정권을 사회주의 지향한다고 걱정하는가 보다. 노동자, 농민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들어보겠다고 몸부림치던 사람들에게도 개혁정권이 희망이 되지는 못하는가 보다.
이미 우리는 80대 20의 사회를 넘어 90대 10의 사회로 넘어가고 있다. 한쪽에서는 수천만원을 들여 미국 영토에 가서 아이를 낳고 시민권을 얻으려고 한다. 북핵의 위기도 하루하루 먹고 살아가는 이 땅의 악다구니들에게는 위협이라고 생각할 겨를이 없다. 정치개혁도 민중생존권보다 우선 될 수 없다. 100분토론, 심야토론 아무리 봐도 뭔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이 땅의 민중들이 바라는 것은 출근이 재미있어지는 것이다. 땅 파먹고 사는 게 제일 맘 편하다고 생각하는 것일 게다. 죽고 나서 가족들 잘 부탁한다고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죽을 힘으로 이놈의 세상 바꾸기 위해서 더 죽을 똥 싸야하는 것 아닌가? 신년초부터 똥 뿌려야 할 데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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