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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예술대학교를 설립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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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세 현 <상지영서대 언어예술과교수>
포항에 포항공과대학이 있듯이, 그래서 포항의 포항다운 도시이미지가 규정되듯이, 원주에 원주예술대학이 생긴다면, 원주의 도시 느낌도 새로운 의미망을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사는 원주시에 예술대학이 태어난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즐겁고 기분 좋은 일이다. 당겨 말하면 도시의 느낌이 훨씬 부드러워지는 동시에 한 차원 높은 품격을 얻을 수도 있으리라. 그것은 시청을 어디에 지을까, 설왕설래하는 격론과는 근과 본이 아주 다르다.
원주는 서울에서 90분 떨어져 있는 준수도권역이다. 또, 향후 인구 50만을 포용하겠다는 청사진을 펼치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아마 활기찬 지도자가 있다면 원주는 당장에 전철노선이 깔렸을 만한 지역이다. 게다가 강원도의 중심이자 국토의 중앙에 위치한 지정학적 특징으로 인해 선거철이면 행정수도 이전의 대상으로도 검토될 만하다. 통일한국을 전제한다면 이와같은 논리들은 결코 허상이나 희언이 아니다. 그러나 여태 이런 의견들은 없는 것 같고, 원주는 눈앞의 아젠다에 목매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원주는 서울중심의 문화를 유입하고 토착화시키기에 매우 적합하다. 도시인구의 유입과 유출이 활발하고 역동적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문화와 예술이 착근할 수 있는 적정의 온도를 가졌다. 원주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교통망의 원활성도 장차 이 도시를 예술과 상업의 한 축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한다. 이런 점에서 원주와 견줄 도시가 강원도에는 다시 없을 것이다.
이와같은 도시환경을 깔고 있는 원주에 강원도의 예술적 결핍을 보강하고 미래를 이끌 예술적 창조력을 공급하기 위해 예술대학의 설립을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 내용과 형태의 측면에서 전혀 그리고 오로지 새로운 신개념의 개념파괴적인 예술학교의 설립은 그 자체로 기존의 구체제 대학들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고장에 예술대학이 신설된다면 그것은 원주권의 대학이라기보다는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진 대안의 대학이 될 것이다.
물론, 이 문제에 관한 다양한 토론이 필요하다.
가상의 토론과정을 위해 몇 가지 유념할 문제들만 늘어놓아 보자.
첫째, 대학형태는 2년제, 4년제, 6년제가 유기적으로 섞인 복합과정일 것.
둘째, 정원 300명 미만의 미니 대학일 것.
셋째, 대중문화와 고급문화를 아우를 수 있는 대학일 것.
넷째, 모집분야는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을 아우르는 분야일 것.
다섯째, 이 토론에는 예술관련 전문가들을 포함할 것.
글쎄, 여기까지 쓰고 보니 의견 자체가 다소 허황해 보인다. 허황성이 현실성을 덮어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토인비가 말했던 ‘착상과 고증’이라는 차원을 빌린다면, 이 제안은 하나의 착상에 지나지 않는다.
고증은 나의 몫이 아니다. 고증 전문가들은 많다. 그러나 현실적 고증 전문가들은 늘 그렇지만, 그리고 아쉽지만 상상력의 여분이 부족하다. 그렇지 않다면 벌써 원주권에 어떤 형태로든 예술대학이 간판을 걸었을 것이다. 췌언 하나 더. 이 프로젝트는 원주시가 주체가 되어 돈을 구해보는 것도 생각해볼 만한 일. 특히, 절대 안된다는 그 자리에서부터 생각을 출발시키자. 근하신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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