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가상적 현실세계와 현실적 가상세계 |
|
|
|
|
|
|
박 선 경 한라대 인문사회과학부
미디어국문학전공교수
인생이라는 시간대는 유한하다. 그 한정된 시간들도 실재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신문을 통해, 혹은 책을 통해 언어세계로 표상된, 그러할 것이라고 유추되는 가설을 실재라고 믿고 산다.
인생은 한바탕의 꿈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장자는 이를 호접몽(나비의 꿈)에 비유했다. 내가 나비 꿈을 꾸는 것인지, 나비의 꿈 속에 내가 존재하는 것인지, 우리에게 주어지는(포착된) 실재와 표상의 세계가 다르지 않음을 말하며, 실재공간이 표상된 가상세계임을 지혜로운 자들은 말해왔다.
그런 면에서 미디어 공간은 우리의 인생과 닮아있다. 미디어 공간, 싸이버 메트릭스는 표상된, 가상세계이다. 미디어 영상 안의 공룡들은 그 안에 실존한다. 숨쉬고, 싸우고, 새끼를 돌본다. 그리고 때로는 화면을 통해서 우리에게 공포감을 주며 으르렁 거린다.
우리는 적수를 만난 것처럼 두려움에 사로잡히거나, 다른 초식공룡들이 육식공룡들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함께 비명을 지른다.
이미 초식공룡들의 공포는 우리에게 전이되어, 영상을 보는 우리의 몫이 된다. 우리는 이 가상공간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를 함께 느끼며 함께 호흡한다. 더 이상 가상공간이 아니라 그 표상된 세계는 우리 정신과 사고과정의 일부가 된다.
미디어 영상시대이다. 문자텍스트는 급속한 속도로 영상으로 그 텍스트 자리를 옮긴다. 책을 통해, 혹은 잡지나 신문을 통해 즉 문자언어를 통해 받아들이는 세계가 이제는 미디어를 통해 전달된다. 그런 면에서 인류는 진화하고 있다. 즉 단지 언어 뇌만을 통해 텍스트를 읽어왔던 사람들은 영상의 이미지(그림), 언어, 소리, 색채등 언어 뇌 이외에 다른 뇌들을 사용하여 정보를 받아들인다. 많은 사람들은 영상세대들은 언어와 문장의 깊은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걱정한다.
하지만 이같은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영상세대들은 언어만이 아닌, 그림이미지, 청각적 소리, 시각적 문자등 정보처리할 수 있는 전(全)뇌를 사용하기 때문에 더 많은 감각자극과 능력을 소유하게 될 것이다. 이런 면에서 디지털 혁명은 산업적인 면뿐만 아니라 인류문화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미디어영상의 가상공간은 우리의 몽상적 실재세계와 더 닮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21세기를 몽상의 시대, 상상의 시대라고 일컫는다.
이번 대선을 미디어선거전이었다고 평가한다. 20~30대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하여 막판까지 선거를 당부하였고, 오후 3시 이후 투표소에 몰려든 젊은층이 오전의 판세를 역전시켰다고 한다. 그래서 세대간의 선거전이라고 불렸던 이번 선거는 사이버 세대의 승리로 귀결되었다.
사이버 공간은 일 대 다수, 다수 대 무한다수가 같은 정보를 한 순간에 공유하기에 그 힘은 현재 어떤 매체보다도 강력한 힘을 갖는다. 반면 기존의 책의 저자가 갖는 권위를 갖지 않고 서로 대등하게 정보를 나눔으로써, 정확한 여론의 향방을 찾아간다.
또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쌍방향으로 서로 정보를 나누고, 익명성까지 보장되기에 그 어떤 권력자보다도 강력한 권력을 갖게 된다. 미디어 공간은 스크린 안에 머물러 있는 가상세계가 아니라 점점 더 강력하게 우리 인생에 실재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문자 세대는(미디어 선거 전에서 패배한) 이러한 미디어 시대의 변화를 주목하고, 새로운 흐름에 탑승할 것인지 말 것인지, 하루 속히 결정해야 할 것이다.
|
|
|
|
|
|
|
|
|
|
 |
전체기사의견(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
|
|
|
| 전체기사의견(0) |
|
|
|
|
webmaster@wonju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