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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에 울려퍼진 하이든의 교향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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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세 현 (상지영서대 언어예술과 교수)
원주시장님 귀하.
존경하고 사랑하는 시장님! 저는 오늘도 시장님이 만들어놓은 자전거도로를 따라 달리며 원주시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런 도로가 있기에 매일매일 자신의 삶을 가늠하며 달릴 수 있고 또 늘 용량을 초과하는 인간적 욕망을 조절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길게 뻗은 자전거도로가 있는 원주를 아껴가며 살고 싶습니다.
얼마 전에 금난새씨가 지휘하는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원주에 왔었다는 뉴스를 접하고 놀랍고 반가웠습니다. 음악에 대한 축적된 지혜는 없지만 그 사실이 하나의 예술적 상징이나 기호로 접수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원주에 이런 예술적 사건들이 처음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시장님도 잘 아실 것으로 봅니다. 그렇지만 어찌하여 명망있는 오케스트라의 원주 공연이 새삼스럽게만 느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A, B, C로 불리는 세 가닥의 도로와 단계택지로 단순화될 수 있는 원주에 하이든의 교향곡이 울려퍼졌다는 것은 참으로 귀하고 유쾌한 일입니다.
시장님은 문막읍에 있는 후용공연예술센터에 대해 들어보셨습니까? 이곳은 원주 출신의 젊은 연출가가 폐교된 초등학교를 공연예술센터로 개조하여 활발한 연극활동을 펼치고 있는 곳입니다. 이미 언론에 여러 번 공개된 바 있는 이 젊은 예술가는 프랑스, 중국, 일본 등지의 이름있는 연극제에 초대받은 바도 있는 유망주입니다.
일본의 명망있는 무용단체인 모노크롬 서커스 무용단이 이곳에서 극단 ‘노뜰’과 워크숍을 가진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이 작은 뉴스들은 세계평화팡파르와 치악제와 같은 행사성 강한 잔치들에 치여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정녕 원주가 움직이고 있다는 생명감의 구체를 느끼게 해주는 문화적 동력이라 봅니다. 시장님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오다가다 들려오는 원주시의 청사진들을 볼 때, 과문인지 모르겠으나, 그렇다면 이 논지를 취소할 수도 있다는 전제 아래, 첨단 단지 혹은 물류단지등에 대한 계획이 들려오고 그것이 최선의 결론인 듯 운위될 때 다소간의 서글픔을 감출 길이 없습니다.
원주가 다른 도시보다 살기 좋은 도시가 되기 위한 최소 조건 가운데 반드시 확보되어야 하는 것은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예술적 공간의 유치입니다. 말하자면 치악예술관과 같은 거대 공룡이 아니라 공연과 전시등을 아우를 수 있는 복합적이되 작은 공간이 많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시장님!
자동차 타고 싶을 때 자동차 타고, 자전거 타고 싶을 때 자전거 타고 싶습니다. 걷고 싶을 때 조용하고 호젓하게 걷고 싶습니다. 문화와 예술은 걷고 싶은 산보의 충동과 같습니다. 부디, 시장님께서 재임하시는 기간 동안 다른 도시에 사는 친구들에게 자랑해도 손색없을 문화와 예술적 공간들을 많이 만들어주십시오.
정치적인 시장보다 문화적인 시장이었다는 훗날의 평가를 더 영예로워하는 시장님이기를 바랍니다. 저예산으로 분투하며 세계적인 극단을 이끌고 있는 젊은 예술가의 혼이 훗날 원주에 있게 될지 모를 첨단의 경제시설보다 멋진 생산성과 평가에 이르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시장님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공연장 입구에서 오케스트라를 감상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시장님의 뒷모습을 보고 느닷없이 행복해지는 순간을 가지고 싶습니다.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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