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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아니, 우리를 한 번쯤 돌아보게 하는 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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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 영 춘 (원주여자고등학교 교장)
·원주여고 졸업
·경희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1976년 제19회 《월간문학》 신인작품상으로 등단
·제3회 윤동주 문학상
·제29회 강원도 문화상(문학부문 1987)
·제10회 경희 문학상(1993)수상
·제6회 춘천 시민상(1999)문화 예술부문수상
·시집 《종점에서》, 《시지포스의 돌》, 《귀 하
나만 열어놓고》, 《네 살던날의 흔적》, 《점하
나로 남기고 싶다》, 《그대에게로 가는 편지》,
《난 자꾸 눈물이 난다》, 현대시 CD-ROM
시집《슬픈 도시락》
·수필집 《그래도 사랑이여》 상재
·현 한림산업정보대학 출강
온갖 세속적인 것들에 매달려 사는 삶속에
지나친 과욕을 부리고 있지는 않는지 되돌아 본다
오늘 나는 친한 후배로부터 엽서 한 장을 받았다. 요즘 같은 세상에 그 엽서는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선배님, 오늘로써 본 단식 7일이 끝나고 내일부터는 보식기랍니다. 본단식
7일 동안에는 오직 생수만 먹고 산책, 풍욕, 냉욕, 기계운동, 요가(yoga)등을
아침 4시간, 오후에 3~4시간에 걸쳐 합니다. 관장도 아침저녁 하고요. 관장도
곤욕이지만 음식 생각에 정말 고통스럽습니다.
단식은 완전히 자기와의 싸움이며 욕심의 억제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득문득
중단하고 싶은 마음도 요동치지만 자신에게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서 참아내곤
했습니다.
오늘은 더구나 사진전 시상식에 참석했는데 너무나 잘 차린 뷔페음식이 나를
미치도록 유혹했지만 백김치 3쪽 빨아먹다가 뱉어 버리곤 참아냈습니다. 선배님,
저 자그마치 7㎏나 줄었어요. 바지를 입으면 손이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예요.
보식기에 2~3㎏는 늘 수 있다는군요.
가장 중요한 것은 보식기인데 잘 이겨낼지 걱정입니다. 내일은 드디어 쌀미음
먹는 날! 기대가 됩니다. 똥배라는 단어가 실감납니다.
관장을 해보니 창자에 그렇게 많은 음식물과 똥이 들어 있다는 게 놀라웠어요.
지금 내 창자에는 거의 똥이 들어 있지 않아요. 그래서 몸도 마음도 이렇게 가벼울
수가 없군요. 2002, 가을 어느 날에, 서울의 한 기도원에서”
이 글을 읽고 나는 한참 동안 멍해졌다. 그는 가벼운 마음으로 썼을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매우 큰 의미로 다가왔다. 그는 단순히 살을 빼기 위해서 단식을 했던
건 결코 아니다. 글 속에도 있듯이 자신을 이겨내는 극기와 수양을 위해서였다.
또 그렇게 함으로써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세계를 깨달을 수도 있고 굶주리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였다. 요가, 참선등의 경지로 이해하면
족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문득, ‘나는 누구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게 한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온갖 세속적인 것들에 매달려 허우적대는 우리들의 삶, 그 삶 속에서
지나친 과욕을 부리고 있지는 않는가?’를 조용히 한번 되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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