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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氣)를 뚫는 정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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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경 호(21세기 농촌선교회장)
최근 북한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지난 7월의 경제관리개선책에 이어 경의선, 동해선 개통작업 시행, 이산가족의 잇따른 상봉과 면회소 설치 가능성, 군 당국간의 직통전화가설, 신의주 특구 지정과 구체적인 추진, 북·일 수교 단계의 진전등은 남북 관계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긴장 상태를 완화시켜주기에 충분하다.
혹자는 이러한 조치들을 미국의 공격을 회피하기 위한 일시적 미봉책 정도로 폄하하기도 하지만(그런 정치적 의도도 물론 있을 수 있다) 그렇게 소극적이고 부정적으로만 보기에는 변화의 내용이 대폭적이다.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타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북한 나름의 새로운 길,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길을 개척해 나가야하는 상황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리나라와 중국간의 경제교역량도 해마다 증가하여 일본을 제치고 2위의 교역대상국이 되었고(중국의 입장에서는 3위), 러시아와의 인적 물적 교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 및 러시아와 우리나라간의 교류의 증가는 동북아의 경제 판도와 ‘살림’을 크게 바꾸어 놓고 있다.
그런데 중간에 북한이 가로놓여 그 기운을 차단해왔다.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에서도 물류의 장애요인인 남북 긴장을 완화시켜 북한을 개방의 길로 안정되게 갈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동북아의 물류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한 길이다(우리의 입장에서는 경의선과 동해선으로 물자 수송이 이루어지면 물류 비용이 1/5이하로 줄어들고 수수료로 연간 1억불 정도를 벌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주변국 및 세계 상황의 변화와 북한 내부의 필요성에 의해 최근의 조치들이 단행된 것으로 보인다.
이제 우리는 지난 반세기 동안, 남북간에 ‘기(氣)가 막혔던’ 답답한 생활에서 벗어나 ‘막혔던 기를 뚫고’ 혈맥과 신경을 이어 살아 숨쉬는 온전한 나라를 건설해야 한다. 허리가 잘린 상태로는 아무리 잘살아도 병신이요, 불구다. 미ㆍ소 냉전체제가 만들어 놓은 분단의 장벽을, 만든 장본인들이 이미 그것을 걷어버렸는데 왜 어리석게도 우리가 아직 붙들고 있는지 안타까운 일이다.
남과북, 모두가 사는 상생(相生)의 민족의식과 정치가 필요하다. 적대적 반공의식과 자기 파괴적인 냉전적 사고는 서서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다니엘 벨이 ‘이데올로기의 종언’을 고한지가 벌써 언제인가. 남북의 문제를 민족통일의 관점에서 보지 않고 정략적이고 분단고착적인 입장에서 보는 것은 결국 모두가 죽는 길이다. 일부 특권층과 극우성향의 정치인들이 끊임없이 보여주는 ‘안보’를 빙자한 남북 대결적인 태도는 민족을 위하기보다는 자신들의 현실에 안주하여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술책이다.(그런 사람들 중에 자식 군대 안 보낸 사람이 많다.) 사라져가는 이데올로기 대립의 꼬리를 붙들고 그것을 놓지 않으려고 땀을 흘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뿐이다.
이런 입장에서 우리는 아시안 게임을 전후하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다음 대통령 때에 와야 한다”는 말은 매우 정략적이고 소아병적인 자세이다. 적절한 시기가 무르익고 있다. 늦출 이유가 없다. 그의 답방은 남한 대통령의 북한 방문에 대한 예의이고 남북간의 신뢰를 구축하여 화해와 통일의 길을 닦는 지름길이다.
분단 이전, 민족사의 중요한 위치에 있었던 원주는 민족의 통일과 관련하여 어떤 일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시민적 공감을 이룰 수 있는 과제들을 발굴하여 통일의 발걸음을 자치적으로 내디딜 수는 없는 것인가! 통일을 위한 예산을 편성하고 사업을 추진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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