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개인의 힘 |
|
|
|
|
|
|
박 세 현
상지영서대
언어예술과 교수
우리 역사는 개인 투쟁보다 집단적 투쟁이 우선됐지만
이제 집단이 아니 개인의 힘이 강조되는 사회가 돼야
그녀는 이혼녀다. 게다가 양육을 책임져야 할 아이들도 있다. 통장의 잔고는 바닥이 난 상태였고 전기료와 가스비 같은 공공요금도 밀린 상태다. 어떡하든 그녀는 일을 찾아야 했고 구직 정보지에 밑줄을 그어가며 수소문한 끝에 일을 찾는데 성공한다. 그녀가 찾은 일이라는 것은 변호사 사무실의 자료정리와 같은 허드렛일이었다.
그녀는 그 일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거대한 기업의 환경비리를 발견하게 되고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소송에 돌입한다. 이 과정에 여러 고난이 있었지만 승소하여 주민들은 엄청난 액수의 보상금을 받게 된다.
물론 재정상태가 바닥이었던 이혼녀에게도 소송과 관련된 상당한 액수의 배당금이 돌아갔으며 사회적 주목의 대상이 된다. 이것이 미국에서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는 ‘에린 브로코비치’의 실제 내용이다.
개인은 집단에 비해 힘이 약하다. 우리의 역사를 돌아보면 개인의 투쟁보다는 집단적 투쟁이 우선되었다. 다시말해 개인의 힘으로 극복되지 않는 문제들을 집단적 힘에 호소해왔다는 뜻이다. 머리띠와 플래카드, 단식, 삭발, 행진과 같은 행동양식들도 익히 보아온 바이다.
그 가운데서도 섬뜩하고 서글픈 것은 ‘결사’라는 용어이다. 죽기를 무릅쓴다는 결의는 문제를 대하는 개인 혹은 집단의 의사를 관철하고자 하는 강도를 나타내는 언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결사의 전통에는 부정에 대응하는 결전의 곧은 의지가 언어의 전면을 지배하되, 이성과 논리가 통용되지 않는 상대편에 대한 항전의 표시라는 점에서 서글프다.
여전히 우리는 플래카드와 분노가 일상화된 세상을 살아내고 있다. 가령, 여중생을 깔아뭉갠 미군 탱크, 북한산을 관통하는 도로를 내겠다는 지자체, 서해교전에서 실종된 병사의 시신등의 문제는 우리 눈앞에 버티고 있는 문제들이다. 그러나 앞의 문제들은 잘 들여다보면 한결같이 분통이 터지는 일들이 아닐 수 없다.
미군의 괘씸한 범죄들은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고 그러므로 앞으로도 있을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국무총리 내정자의 능력을 검증하는 일에는 온 매스컴이 매달렸지만 개인의 힘이 미치기 어려운 거대한 사안에는 매스컴도 거들지 않는다. 게다가 번창하여 큰 힘을 거느리고 있는 시민단체들도 문제제기와 투쟁에 인색하다.
이제, 우리 사회도 집단이 아닌 개인의 힘이 강조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가령, 동전을 삼킨 공중전화기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다면 그 사회를 어떻게 일러 민주주의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김구선생의 암살범을 찾기 위해 평생을 바쳤던 이가 있는가 하면, 친일문학을 정리하기 위해 생을 온통 소모한 이도 있다.
그와같은 개인의 노력들이 거대한 조직의 힘들 앞에서 한없이 무력했다는 점을 아프게 주목해야 한다. 우리에게 에린 브로코비치같은 소박한 영웅이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되는 순간이다.
|
|
|
|
|
|
|
|
|
|
 |
전체기사의견(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
|
|
|
| 전체기사의견(0) |
|
|
|
|
webmaster@wonju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