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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가 그 때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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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세 현 상지영서대 언어예술과 교수
거칠면서 따뜻하고 그리고 변방과 중심을 한데 버무린듯한
원주의 역사안에서 새 역사를 예감하는 문화적 코드를 찾아내야
이 여름에 몇 개의 즐거운 문학잔치가 준비되고 있다.
만해축전과 이효석문화제가 그것이다. 만해축전은 만해 한용운시인이 「님의 침묵」에 실린 시 88편을 탈고한 인제의 백담사에서 진행되며, 이효석문화제는 「메밀꽃 필 무렵」의 작품 배경인 봉평에서 열릴 예정이다. 두 개의 행사가 모두 문학 전문가와 비전문가가 어울려 이루어내는 전국단위의 축제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여기에 춘천의 김유정 생가 복원이 완공되면 그동안 진행되어온 김유정 관련 행사들과 맞물려 강원도 문화의 또 다른 명소가 될 것이다.
만해축전과 효석문화제는 이를 기다리고 호응하는 일반인들이 많다는 것만으로도 성공적이다. 특히 문학 애호가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피서와 휴가를 문학행사와 함께 하겠다는 시민들의 숫자가 증가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전국에는 다양한 문학축제들이 있는데 그 중에 규모가 크고 인지도가 높은 것은 근대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정지용을 기리는 지용문학제다. 이는 지용의 문학적 크기와 높이에 비례라도 하듯이 축제의 프로그램과 참가자들의 열성도 다양하고 대단하다.
문학축제가 성공하는 데는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
대개의 문학축제들은 작가의 이름을 걸고 있고 작가와의 이런저런 조건을 축제의 배경으로 삼는다.
작가의 고향, 작품의 배경, 작품을 집필한 공간등이 문학축제가 열리는 지역적 배경이다.
원주지역에서 김동인문학제가 제안된 것은 그의 묘소가 문막으로 옮겨왔다는 사실에 기인한 것이었으나 그 배경적 설득력이 약해 불발로 그쳤다.
그런 점에서 만해와 이효석 그리고 김유정은 문학적 영지를 거느리고 있는 행복한 작가들이다.
역설적으로 이 작가들을 마케팅할 수 있는 지역주민들도 더불어 행복하다. 월드컵을 통해 우리가 겪어버린 정신적 엑스터시의 교훈은 무엇인가? ‘우리도 할 수 있구나’하는 정신적 고양감과 ‘우리도 해냈구나’하는 정신적 완결태들이다. 이 기회에 우리는 세계적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온몸으로 뜨겁게 영접했다.
우리에게 세계적이 된다는 것의 내용적 주제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 강박들을 부드럽게 넘어서며 세계적이 되는 방식이 축구 말고도 있다. 그 길의 하나가 자국문화에 대한 몸비비는 사랑이다. 그렇다면 이제 원주도 뭔가 저질러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인구 50만을 내다보는 광역도시이고 싶다는 행정적·문화적 자부심이 꿈틀거린다면 물량만이 아니라 내용을 가지는 자존심의 도시가 되어야 한다.
원주를 움직이는 사람들은 이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거칠면서 따뜻하고 그리고 변방과 중심을 한데 버무린듯한 원주의 역사 안에서 새로운 역사를 예감하는 문화적 코드를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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