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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그 존재의 아름다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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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선 경(한라대 교양학부)
“꽃이 아름답다는 것을 처음 느낀 순간부터 나는 늘 외로움을 느껴왔다.” 이 구절은 중학교 시절 교내백일장에서 장원을 받을 때, 썼던 글의 첫 서두였다.
이 구절은 그 당시 나의 외로움이 언제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생각하다 표현했던 글의 서두였는데, 그 날 밤은 그 글을 쓰느라 밤새 아픈 가슴에 눈물을 흘리며 새벽을 맞이했었던 것으로 또렷이 기억된다. 사춘기 시절 존재를 눌러오던 고독감을 처음 느끼며, 어서 빨리 사춘기가 지났으면 하고 매일같이 바랬던 것이 기억난다.
사춘기가 끝나면 고독과 외로움이 끝날 것이라는 발상에서 그리 소망했던 것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다면 나는 아직도, 가끔씩은 사춘기의 병을 앓고 있는지도 모른다. 치악산 밑자락에 살게 된 혜택을 만끽하기 위하여, 부지런히 산에 오른다. 산에 오르며 들꽃들을 만날 때, 생명의 신비감과 우주의 경이로움에 나 혼자 지복에 다다른다.
어린 시절 외로운 인생 대장정에 들게 한, 그 때의 그 꽃이 더 이상 아니다. 우리들은 꽃을 처음 만난 순간 이후, 채송화와 맨드라미를 구별 짓는다. 이것과 저것을 구분 지으며, 너와 나를 구별 짓는다.
호박꽃은 호박처럼 아름답지 않은 꽃을 인식되고, 해바라기는 상향의식의 대명사로 인식하여 정치인들을 질시할 때 등장한다. 꽃에 대한 지식을 하나씩 갖는 순간부터 꽃을 처음 만났을 때 느끼는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은 소멸된다. 나를 감동시켰던 감동과 전율은 식물사전에 기록된 꽃말을 읽으며 말라붙는다.
선과 악을 구분지어 판단할 수 있는, 금단의 열매를 따먹은 뒤로 인류는 에덴에서 쫓겨났다. 지식의 열매를 따먹었기에 우리는 극락에서 적강했다. 실낙원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낙원에 들기 위해 밤마다 소쩍새가 울듯이, 영혼들은 교회당에서, 절에서, 침대 맡에서 주일마다, 혹은 밤마다 운다.
지식(각종 이데올로기와 교리 등)과 정보만을 최상의 앎으로 아는 사람은 많은 것을 놓칠 것이다. 실제로 그는 아름다운 모든 것, 진실된 모든 것을 계속 놓쳐버릴 것이다. 그는 하챦은 것들을 긁어모을 것이며, 체계를 쌓고 그 안에 자신을 가둔다. 그는 지극히 세속적인 범부가 될 것이다.
죄인도 종교적 지식에서 나오고, 성자도 지식에서 나온다. 좋고 나쁨도 지식의 사념이 만들어낸다. 지식에서 비롯된 생각이 모든 차별을 만들어 낸다.
붓다는 지식이 사라질 때 생각도 사라진다고 말한다. 이 때 너와 나를 구분 짓는, 선과 악을 구분 짓는 이원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하나이다. 낙원과 실낙원이 하나로 합쳐진다.
노자는 도를 높지도 낮지도 않으며, 크지도 작지도 않고, 귀하지도 천하지도 않은, 일체의 대립과 차별로부터 벗어나 있는 곳에 있으며, 언어의 이분법 즉 생각의 분별로부터 벗어나 있는 것이라 했다.
하나는 모든 것이며, 모든 것은 하나이다. 이것을 깨달으면 우리는 존재의 완전치 못함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완전도 없고 불완전도 없기 때문이다.
꽃은 더 이상 ‘산유화’라는 언어로 저만치 홀로 피어있는 존재가 아니며, 나 또한 이만치 홀로 구분지어 있는 존재가 아님을 느낄 때, 인생 사춘기의 외로움이 끝이 나는 것이다.
존재가 느끼는 고독감과 외로움은, 생각으로부터 너와 나를, 우주와 나를, 도와 나를 구분 지을 때 빚어지는 것이라 동양의 성현들은 말해온 것이다.
단지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 길에서 만난 꽃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만을 직시하면 된다.
순진무구한 눈으로, 생각을 갖고서가 아니라 어린시절 최초의 꽃을 보듯이, 지식을 걷어치우고 삶을 보면 된다.
그러면 모든 근심걱정이 사라진다고 붓다는 말한다. 선악을 구분 짓는 지식의 열매를 뱉어놓았을 때, 근심걱정이 사라질 때 그대는 에덴 안에 드는 것이다. 극락과 천국은 ‘죽음 저편 너머’에 있는 곳이 아니고 그대의 순진무구한, 무위자연의 숨결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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